벼를 수확하는 농민들. 아버지와 아들로 보인다. 농민의 아들은 농민이 아닌 집에 시집가든지, 공부나 스포츠에 특별한 재능이 없으면 대를 이어 농민이 될 수밖에 없다. 2008년 9월 황해남도 과일군. 촬영 : 심의천
벼를 수확하는 농민들. 아버지와 아들로 보인다. 농민의 아들은 농민이 아닌 집에 시집가든지, 공부나 스포츠에 특별한 재능이 없으면 대를 이어 농민이 될 수밖에 없다. 2008년 9월 황해남도 과일군. 촬영 : 심의천

 

(2)전력부족
심각한 전력난도 곡물생산에 말그대로 '어두운' 그림자로 다가가고 있다. 전력사정은 90년대 이후 개선될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고, 빛이 없는 생활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증언은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전기의 공급은 설날, 2월 김정일 생일, 4월 김일성 생일 외에는 5월의 농업 준비기에 조금 있을 뿐입니다" (황해남도 40대 여성)

"전기는 보안부(경찰), 보위부(정보기관), 병원 등에는 공급되고 있습니다만 (거주하는)주택에는 3월까지 아침 저녁 식사시간에 2시간 씩 공급된 정도입니다. 양초도 비싸서 사지 못하므로 밤에는 일찍 자든가, 기름을 스며들게 한 솜으로 램프를 대신합니다" (황해남도 30대 농민남성)

전력부족에 의해 펌프가 움직이지 못하자, 논밭에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하는 것도 곤란해지고 있다. 수력발전은 겨울철에는 하천이 얼어 붙기 때문에 현저히 발전량이 떨어지는 데다 계절에 따라 수량이 다르기 때문에 불안정하다.

한편 화력발전은 국내에서 산출되는 풍부한 양질의 석탄을 이용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이 있지만, 최근 몇 년은 외화벌이 때문에 대량의 석탄을 중국에 수출해 국내 수요 분이 부족한 상태다.

전력부족은 황해도 뿐만 아니라 평양중심부와 나선특별시 등을 제외한 다른 지역도 심각하다. 예를 들어 5월 초 현재, 함경북도 회령시 일대에는, 중심부를 제외하고 전기의 공급이 거의 없다고 현지의 취재협력자가 전해 오고 있다.

 

(3)닿지 않는 비료, 농약, 영농자재
5월 10일, 조선중앙통신이 "전국에서 '모내기'가 일제히 시작됐다"고 알렸다. 하지만 모내기의 중요한 시기에 나누어 줘야 할 비료가 크게 부족하다. 북한에서는 원래 국내의 화학공장에서 생산된 비료를 협동농장으로 할당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전력난이 심해지자 원료도 부족해져 비료생산이 계속 저조하기 때문에 유통되는 화학비료는 중국에서 수입된 것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원래라면 겨울부터 봄 사이에 협동농장마다 생산계획에 근거해 할당된 비료가 도착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수입비료를 합해도 필요량에는 크게 부족한데다, 부정유출이 횡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농장에는 비료가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현장까지 오는 사이에 부정유출(횡령)이 돼 버리는 것입니다" (황해남도 40대 여성)

질소와 요소 등의 원료와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황해도 시장에서는 키로 당 4,000원부터 8,000원으로 화학비료가 팔리고 있다. 이것은 원래 작업반마다 배분된 것을 중앙 및 도의 간부, 협동농장의 관리위원장, 작업반장, 분조장 등 '중간 간부'가 횡령해 시장에 부정유출 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비료 없이 수확을 기대할 수 없는 농민들은 그것을 구입하게 된다. "나누어 주는 비료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부족분은 장마당에서 농민들이 제 돈으로 사야 합니다 "(황해남도 30대 농민남성)

국가로부터 농장에 공급 돼야 할 비료를 간부들이 횡령한 다음 농민에게 강제로 사게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농민 입장에서는 '비료부족=수확량 저하'라는 문제를 비료를 구입해야만 하는 식으로 떠맡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결국 현금 부담이 늘어나 생활을 이중으로 압박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농약과 비닐, 트랙터 등의 영농자재도 크게 부족해, 농민의 자기부담이 강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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