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의 사정을 잘 아는 탈북자 리상봉 씨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국정가격으로 파는 물건은 질이 나쁜 것 뿐이다. '룡성'담배는 제일 싸구려로 못사는 사람들만 피운다. 요즘 북한 사람들은 중국이나 일본, 한국의 고품질 상품을 접하고 있기 때문에 국산품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평양의 엘리트들은 제1백화점에는 가지도 않는다. 가난한 사람이나 지방에서 온 사람들이 구경가는 정도다"

국정가격상품은 공급량이 적기 때문에, 백화점의 매대는 텅 비어버리게 된다. 거기에 중국제품이 진열되는 것이다. "2005년 쯤에는 중국제품이 70%를 넘었다고 생각한다.그 70~90%의 상품들은 진열품이라 팔지 않는다"고 리상봉 씨는 말한다.

이 백화점은 그나마 잘 꾸려져 있지만, 이 외의 국영상점도 저조한 것은 마찬가지다. (국영상점의 쇠퇴에 대해서는 앞선 기사 중 '국영상업은 왜 실패하는가'를 참고) "국영상점 판매원은 여름에 파리 쫓는 게 일이다"라고 리상봉 씨는 덧붙였다.

이제 대부분의 국영상점에서는 중국상품을 놓게 돼있다. 국산품 만으로는 매장을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상품은 무역상사로부터 받거나, 친척방문자나 화교 등 중국과 왕래하는 사람들이 도매해준 것이다.

그러나 백화점과 같이 정해진 가격으로 팔아야 한다. 판매원에게는 결정권도 없고 판매의욕도 없다. 생활을 건 '진검승부'인 장마당 상인에게 맞설 수 있을 리 없다. 국영상업이 시장의 힘에 패배한 것은, 그 활기의 차이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