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내에서 활동을 계속하는 구광호 기자는 7월 중순 황해남도의 서남단에 위치한 옹진군을 방문취재했다. 구 기자가 본 것은, 이른 봄부터의 기근을 힘겹게 견딘 후 연이은 가뭄과 홍수로 인해 회복하지 못한 채 발버둥치는 서민의 모습이었다. 8월 하순, 중국에서 만난 구 기자에게 황해남도 현지 보고를 들었다. (정리:이진수)
[2012 황해도기근] 기사일람

황해남도 옹진군의 위치. 서해(황해)에 접한 한국과의 최전선 지역이기도 하다.

황해남도 옹진군의 위치. 서해(황해)에 접한 한국과의 최전선 지역이기도 하다.

 

◇가뭄과 홍수로 갈기갈기 찢긴 농촌
7월 15일, 황해북도 사리원시에서 버스를 타고 옹진군을 향해 출발했다. 북한에서는 승객이 가득 차지 않으면 버스가 출발하지 않기 때문에, 차 안은 만원이었으나 활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승객의 80%를 차지하는 장사꾼으로 보이는 여성들도 예전 같으면 '장사가 안 된다'등의 푸념을 하면서 떠들썩했지만 이제는 그런 여유조차 없는 듯 했다. 버스의 차창 밖으로 곳곳에 보이는 옥수수 밭은 한눈에 시들었다는 것을 알아챌 정도로 생육이 나빴다.

재령군, 신천군, 태탄군에서도 같은 광경을 종종 목격했다. 목적지인 옹진군 OO리에 도착했다. 이곳의 협동농장에서는 몇 년간 알고 지낸 작업반장(주1) 오씨(가명)를 찾아갔다.

약 반년만의 재회다. 올해의 식량부족은 심했던 것 같은데...라고 화두를 던져봤다. "이런 적은 난생 처음이다. 4, 5월은 많은 아사자가 나왔다. 이웃 할아버지도 우물에 물을 뜨러 갔는데, 배가 고파 힘이 없어서 물통을 들어올리다가 우물에 빠져 죽어버렸다. 노인과 아이가 많이 죽었다"라며 낙담하는 것이었다.

저녁이 되자 많은 비가 내렸다. 태풍일까. 4월에는 60년 만의 가뭄이 있었다더니, 이번에는 폭우인가. 가뭄 때의 형편을 물어보았다.
"보리도 거의 다 시들어버렸다. 옥수수의 영양단지(주2)도 바싹 자라지 않고, 모내기도 비가 내리기 시작한 6월 중순 이후에나 겨우 시작했다. 이 비로 휩쓸려 가지 않을까 걱정이다"

올 때 본 옥수수밭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 하니, "여기도 마찬가지다. 비료도 부족하지만, 올해는 우리 작업반에서도 농약조차 살 수 없어 병충해도 심하다. 올해 옥수수 수확은 틀림없이 줄어들 것이다" 이에 덧붙여 " 의지했던 보리도 가뭄피해를 입었는데다 그나마도 맥주 생산용으로 평양에서 모두 가져가버렸다. 지금은 감자로 연명하고 있다. 이 마을에서는 약 80%의 사람들이 하루에 한끼나 두끼 밖에 먹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비는 사흘 밤낮을 계속 내렸다. 그 후 오씨와 함께 마을을 돌아보았다. 이곳 저곳의 밭이 침수되고, 갓 심은 벼 모종이 흩어져 있었다. 야채의 재배를 담당하는 작업반이 기르고 있던 고추와 가지도 거의 전멸이었다. 야채를 시장에 팔아 얻는 현금은 영농자재의 조달 등에 사용되는 중요한 수입원이다. 그 뿐만 아니라 마을의 다리도 휩쓸려가 버렸다.

인근에 사는 노인의 말에 의하면 "다리가 휩쓸려 간 것은 수십 년만" 이라고 한다. "하늘마저 도와주지 않으면, 농사가 잘 될 리 없다. 올 겨울은 어떻게 나라고..."라고 오씨는 한탄했다.

다음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