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바깥에서 가장 힘들게 사는 사람들
내가 만난 황해남도의 서민들 중에는 '죽지 못해 산다'고 자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새 지도자 김정은에 대해 '유학 경험이 있고 젊다'는 이유로 갖고 있던 변화에의 기대도 갈 수록 힘겨워지는 생활 때문에 지금은 풍전등화처럼 사라져 가고 있다고 느껴졌다.

앞서 언급한 오씨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불만을 곧바로 얘기하지만, 농민들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불만은 농민이 훨씬 많다"고 털어놓았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라고 물으면, 그 즉시 "아버지 때보다 훨씬 나빠졌다"고 대답한다.

군량미의 강제 징수와 계속되는 통제 때문에 혹독했다고 평가 받는 김정일 시대에도 없었던 기근, 거기다 천재지변의 연속으로 유린돼 온 황해남도 서민의 분노는, 나처럼 평양에 사는 사람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황해도의 농민들은 지금 조선에서 가장 괴롭고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 정리/ 이진수)
주1 작업반장 협동농장에 배치되는, '작업반'의 책임자. 작업반에는 야채반, 축산반, 농기계반 등이 있다. 집단 농업제 아래에서는, 실제로 농업에 종사하는 최소단위의 그룹인 '분조(보통 10~25명 정도)'가 몇 개 모이면 '작업반'이 된다.
주2 영양단지 비료를 섞은 흙덩이에 옥수수 씨를 심어 발아시킨, 벼 모종과 같은 것. 발육을 앞당기기 위해 쓰이며, 4월 중순부터 만든다. 북한 특유의 농업방식.

[2012 황해도기근] 기사일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