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약한 병사를 목격했던 본인도 쇼크
필자도 북한 병사의 허약 상태를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93년 7월에 중국 지린성의 창바이 현에서 압록강을 거슬러 조 중 국경 지역의 최고봉 '백두산'에 올랐을 때이다.

전세 낸 지프는 압록강의 원류를 지나 백두산 기슭과 가까워지면 중조 국경선이 땅으로 연결되는데 중국 영토에서 북한 쪽으로 깊이 들어가 산 정상에 이르렀다. 거기에는 북한군 초소가 있었고 두 명의 북한 군 병사가 우리 지프를 찾아왔다.

두 병사는 마르고 얼굴색도 좋지 않았다. 게다가 왠지 이빨이 녹색으로 변색되어 있었다. "함께 점심을 먹지 않겠습니까?"하고 병사가 말을 걸어왔다.

백두산 우에는 매점도 아무것도 없으니 빵과 소시지, 맥주 등 음식을 많이 싣고 있었다. 북조선 병사와 식사를 함께하다니, 좀처럼 없는 기회다.

필자는 즐거운 기분으로 지프에서 빵을 가져와 "자 함께 먹읍시다"라고 말하는 순간 병사 하나가 필자로부터 빵을 빼앗아 포장을 뜯었다. 어처구니없어 보고 있는 필자에게 그 병사는 다른 손을 내밀며 "다른 음식도 있으면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지프에 함께 타고 온 중국 국경 경비대원(조선족이었다.)이 "그만하지 못해"라고 소리치자 두 병사는 묵묵히 빵을 먹으며 초소로 돌아가고 있었다.

북한 정부가 대홍수에 의해 논밭이 떠내려가는 등 식량 생산에 타격을 받았다며 국제사회에 처음 지원을 요청한 것이 필자가 이 체험을 한 2년 후인 95년의 일이었다. 그러니 그 이전부터 조선 인민군의 식량 사정이 많이 악화됐던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계속)

<굶주리는 조선인민군, 그 실태와 구조> 기사일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