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현대 국제 스포츠 역사에서 국가나 인구 규모에 비해 눈부신 실적을 자랑해 왔다. 체육을 정권의 위상을 떨치는 하나의 유력한 수단으로 삼아 선수의 발굴, 육성에 국가적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장기간의 경제침체와 생활고에서 오는 모럴 해저드(Moral hazard) 등의 난무가 북한 체육계의 기둥을 좀먹고 있다.
이 글의 집필자인 김국철 씨는 약 30년간 북한 체육계에 근무한 인물로 2011년에 탈북해 지금은 국외에서 살고 있다. 체육 전문가로서의 귀중한 체험을 기고 받았다. (기고 김국철/ 정리 리책)
<수수께끼 스포츠 강국의 내막> 기사 일람

운동복 차림에 시장을 활보하는 인민군 소속 4.25 체육단 선수들. 2008년 12월 평양시 사동구역에서. 촬영 리송희

 

북한에서 스포츠 선수로서의 본격적인 경력은 중앙의 국가 기관이나 지방 행정 기관 등이 운영하는 '체육단'에 선발됨으로써 시작된다. 중앙에는 인민무력부의 4.25체육단, 인민보안부 체육단 등 각 기관의 체육단이 있고 지방에는 황해도 체육단, 자강도 체육단 등 도의 이름을 딴 체육단이 있다.

이 밖에 교육 기관이 운영하는 체육단도 있다. 예를 들어 철도대학 체육단, 평양 인쇄대학 체육단, 기계대학 체육단 같은 식이다. 이들 대학 소속 체육단은 교육 행정의 비용 절감 등의 원인으로 창단(創團)과 폐단(閉團)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 체육단은 '체육성' 소속이 아니라 '교육성'산하에 있다. 말할 것 없이 교육 기관에서 스포츠 선수의 육성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사업이다. 따라서 경제형편이 극도록 악화된 북한에서 대학 체육단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것이다.

북한은 장기간의 경제 침체로 인한 생활난으로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부정 부패현상이 난무하는데 체육 부문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심각한 부분은 선수 선발이다. 내가 체험한 실례를 이야기 해 본다.

2001년 11월 경, 나는 '이동훈련'으로 선수들을 데리고 지방으로 가게 됐다. 이동훈련은 팀의 전용 훈련지를 떠나 다른 지역에 머물며 훈련이나 연습경기를 진행하는 것이다. 이동훈련의 목적은 기후 변화의 적응과 다른 지역 팀과의 경기를 통해 선수의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있다. 동시에 체육단의 조직적인 통제에서 벗어남으로써 정치학습을 비롯한 번잡한 행사로 귀한 연습시간을 빼앗기는 것을 피하고 팀 보유 재량으로 선수들에게 보다 좋은 영양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떠나기 앞서 인사하려 체육단 단장의 집무실을 찾았다. 단장은 한달의 이동훈련 기간 선수의 생활과 관리를 잘해 달라는 주의와 함께 "이번에 가면 도움이 될 만한 대상을 한명 선발해 달라"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선수 후보로 우수 인재도 좋지만 이번 목적지가 국내에서 석탄 생산량이 많은 지역인 만큼 체육단에 정상적으로 석탄을 공급해 줄 만한 능력을 가진 사람의 자식을 선발해 오라는 것이다.

다음 페이지: 당시 체육단에는 석탄 마련에 단장이 고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