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현대 국제 스포츠 역사에서 국가나 인구 규모에 비해 눈부신 실적을 자랑해 왔다. 체육을 정권의 위상을 떨치는 하나의 유력한 수단으로 삼아, 선수의 발굴 및 육성에 국가적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장기간의 경제침체와 생활고에서 오는 모럴 해저드(Moral hazard) 등의 난무가 북한 체육계의 기둥을 좀먹고 있다. 이 글의 집필자인 김국철 씨는 약 30년간 북한 체육계에 근무한 인물로, 2011년에 탈북해 지금은 국외에서 살고 있다. 체육 전문가로서의 귀중한 체험을 기고 받았다.  (기고 김국철/ 정리 리책)
<수수께끼 스포츠 강국의 내막> 기사 일람
2012년 런던 올림픽 남자 역도 62kg 급에서 북한의 김은국 선수가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

 

북한 체육단 소속의 선수들은 직업 선수인 만큼 훈련에만 전념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해외의 '프로 선수'에 해당되는 신분에 있다. 따라서 본인의 생각이지만 운동 기술의 '숙련도'는 대체로 높은 수준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기자재와 영양 부족, 해외 훈련과 경기 경험 부족, 외부 정보의 부족 등으로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단적인 예가 역도 종목이다.

역도는 힘도 중요하지만 민첩성과 타이밍, 균형이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는 경기다. 예를 들어 역도에는 바벨을 단번에 머리 위로 들어 올려 일어서는 '인상'이라는 경기가 있다.

한 역도 감독에 따르면 인상 경기에서 주 포인트는 '바벨을 머리 위에 올리는 동작'이다. 이때 몸 균형이 흔들리면 바벨을 앞이나 뒤로 떨구게 되는데 타이밍을 잘 맞춰 바벨을 제대로 유지한다면,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그런데 북한 선수들은 여기까지는 잘 해내지만 다음 단계로 바벨을 들고 일어서는 '힘'이 모자라 실패한다는 것이다. '이는 훈련 강도를 올려 풀 문제가 아니다. 선수들이 영양 섭취가 부족하기 때문에 무례한 요구는 선수에게 무리를 주고 선수 자신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이렇게 현실을 개탄한 그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감독이 공감을 표시했다.

장비 부족도 심각하다.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지만 장대높이뛰기 종목의 경우 장대는 모두 외국산인데 자금 부족으로 장대를 사 오지 못하니 종목의 존속 자체가 거론되는 정도다. 장대는 낡고 계속 부러져 '깁스'로 고정하여 쓰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다.

바로 이런 상황을 메우기 위해 당국이 내놓은 것이 '승산 종목'이다. 모든 종목에 힘을 넣는 것이 아니라 해외 경기에서 이길 확률이 놓은 종목을 추려 거기에 집중 투자를 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런던 올림픽에서의 메달 획득이다.

북한의 이런 불균형적인 체육정책에 의해 많은 종목이 해산되거나 해체될 위기에 처해있는 것은 물론, 향후 전망과 균형적인 스포츠 발전에 악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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