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현대 국제 스포츠 역사에서 국가나 인구 규모에 비해 눈부신 실적을 자랑해 왔다. 체육을 정권의 위상을 떨치는 하나의 유력한 수단으로 삼아, 선수의 발굴 및 육성에 국가적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장기간의 경제침체와 생활고에서 오는 모럴 해저드(Moral hazard) 등의 난무가 북한 체육계의 기둥을 좀먹고 있다. 이 글의 집필자인 김국철 씨는 약 30년간 북한 체육계에 근무한 인물로, 2011년에 탈북해 지금은 국외에서 살고 있다. 체육 전문가로서의 귀중한 체험을 기고 받았다.  (기고 김국철/ 정리 리책)
<수수께끼 스포츠 강국의 내막> 기사 일람

 

2015년 8월, 동아시안컵 대회에서 우승한 북한 여자 축구 팀 선수들 ('우리민족끼리'에서 인용)

 

북한에서는 모든 경기에서 '사상전, 투지전, 속도전, 기술전'을 발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김정일이 제창한 구호이며 구호의 순서 그대로가 경기에서 중시되는 요소의 순서로 되고 있다.

경기 후에 '경기 총화'라고 불리는 반성회가 팀 별, 혹은 체육단 전체에서 열리는데 특히 성적이 나빴던 팀 감독 및 선수들이 자기 비판을 하거나 동료들로부터 비판을 받아야 한다. 그때 의제의 중심이 되는 것도 '사상전, 투지전, 속도전, 기술전'의 경기 방식을 제대로 실행 했는가 하는 것이다.

가령 '투지전'에 대해 말한다면 선수는 자기 몸을 아끼지 말고(부상 등을 두려워 하지 말고) 전력을 다해 경기에 투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예로 축구에서 문전 혼전 시 공격자가 골문으로 달려들면서 날아 오는 공을 머리로 받아 골을 넣으려 할 때 공의 위치가 골대와 가깝게 있다면 자칫하면 골문에 머리를 부디쳐 다칠 가능성이 있다. 여기서 '망설이지 말고 돌진!'이라는 게 북에서 말하는 '투지전'의 스타일이다.

경기 총화에서 선수는 위와 같은 상황에서 '투지를 발휘하여 더 과감하게 돌진해야 했으나…'등의 형식으로 자기 비판을 하는 것이다. 또 대회 순위와 기록이 현저히 나쁘거나 감독 및 선수 잘못의 엄중성 여하에 따라 무보수 노동 등 제재를 받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북한 선수들이 큰 경기에서 패하면 수용소에 보낸다'라는 말이 있는데 나 자신은 그런 것을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한마디로 과장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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