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현대 국제 스포츠 역사에서 국가나 인구 규모에 비해 눈부신 실적을 자랑해 왔다. 체육을 정권의 위상을 떨치는 하나의 유력한 수단으로 삼아, 선수의 발굴 및 육성에 국가적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장기간의 경제침체와 생활고에서 오는 모럴 해저드(Moral hazard) 등의 난무가 북한 체육계의 기둥을 좀먹고 있다. 이 글의 집필자인 김국철 씨는 약 30년간 북한 체육계에 근무한 인물로, 2011년에 탈북해 지금은 국외에서 살고 있다. 체육 전문가로서의 귀중한 체험을 기고 받았다.  (기고 김국철 / 정리 리책)
<수수께끼 스포츠 강국의 내막> 기사 일람

2015년 8월, 동아시아컵 대회에서 우승한 북한 여자 축구 팀 선수들 ('우리민족끼리'에서 인용)

2015년 8월, 동아시아컵 대회에서 우승한 북한 여자 축구 팀 선수들 ('우리민족끼리'에서 인용)

이란과의 경기, 월급 몇 배의 프리미엄 티켓

비록 경기에서는 졌지만, 2005년 3월 30일에 열렸던 이란과의 축구 경기는 북한 스포츠사에 특기할 만한 행사였다고 말할 수 있다.

우선 평양시민들의 관심이 놀랄 만큼 높았다. 당국에 의해 동원된 사람도 있었지만, 경기를 보러 상당수의 시민들이 몰려들어서 수용능력이 7~8만 정도로 알고 있는 객석이 넘쳐나 통로, 계단까지 관객들로 채워졌다.

3000~5000원에 팔리는 입장권은 일찌감치 다 팔렸고, 일등석은 10000~15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당시 일반 노동자의 월급이 1500~2000원 정도, 시장에서 팔리는 돼지고기 1킬로당 가격이 5000원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돈이었다. 경기장 밖에서는 각종 음식매대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놀라운 것은 신문 판매소에서 경기에 관한 광고지(전단지)를 팔고 있었던 것이다.

양팀 선수 소개나 역원 소개, 경기 관련 정보가 게재돼 있었는데 한장에 500원이었다. 시민의 관심에 대응하는 홍보가 거의 없던 북한에서 이런 홍보 신문이 팔리는 것이 의아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 홍보 신문은 경기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고조되자 중앙기관의 지시로 체육신문사가 출판해 판매한 것이다.

정리자 주 : 고액의 축구 관람표가 국민 사이에서 매매되고, 경기 정보가 실린 광고지가 팔리는 등 시장경제의 색채를 띈 현상이 나타난 배경에는 2002년 7월 1일부터 실시된 ‘경제관리 개선 조치’로 불리는 개혁 조치의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조치로 그동안 비합법이었던 장마당이 자유 시장으로 공영화되고 주민의 개인 사업 일부가 인정받았다. 사람들은 장사를 통해 사유 재산을 형성하고 한정적이지만 시장 경제를 경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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