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일본 오사카 긴쵸스타디움에서 2016 브라질 리우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전 북한과 일본과의 경기가 열렸다. 북한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6년 3월 9일 (아시아프레스, 이하 동일)

9일 일본 오사카 긴쵸스타디움에서 2016 브라질 리우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전 북한과 일본과의 경기가 열렸다. 북한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6년 3월 9일 (아시아프레스, 이하 동일)

 

3월 9일, 많은 비가 내리던 저녁. 나는 축구경기를 관람하러 일본 오사카의 나가이 공원에 있는 긴쵸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내가 관람할 경기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본선 진출을 위한 아시아 최종 예선으로, 북한과 일본 간의 경기다. 내가 '축구광'이거나 경기에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어서가 아니다. 모국(북한)에서 온 여자 축구선수들의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다른 이에게는 해외에 온 자기 나라 팀을 응원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것으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모국(母國)에 다시 갈 수 없는 나(탈북자)에게 있어서 북한 팀을 직접 보며 그들을 응원한다는 것은 특별한 것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글 : 김순철(가명) / 정리 : 남정학]

이런 연고(緣故)로 경기장으로 향하는 나의 마음은 설레고 있었다. 두 팀 모두 아시아에서 1, 2위를 다투는 강팀이다보니 우승을 예상하기도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모두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경기 시작에 앞서 북한 응원단이 대형 인공기를 펼쳐보이고 있다.

경기 시작에 앞서 북한 응원단이 대형 인공기를 펼쳐보이고 있다.

 

때문에 중요한 경기도 아니고 춥고 비도 많이 내려 관객이 없을 줄 알았지만, 경기장에 도착하니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긴쵸 스타디움' 주변에는 홈경기 홍보 스탭들과 관람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나중에 경기장 전광판을 보니 4천 7백여명 정도의 관객이 스탠드를 채웠다고 한다.

스타디움은 평양의 유명 경기장(5.1경기장, 김일성경기장 등)을 제외한 중간부류의 경기장 정도였는데 중앙석 부근에만 처마가 설치된 것이 만경대 구역 '안골체육촌'에 위치한 서산축구경기장과 매우 흡사했다. 비가 많이 내려 중앙 스탠드 부근의 티켓을 구매해 자리 잡았는데 일본과 북한의 응원단은 맞은편의 처마가 없는 객석에서 비를 맞으며 응원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중앙석과 달리 스탠드와 그라운드가 가까운 곳에서 응원 효과를 높이기 위해 그런 위치를 잡은 것 같다.

정광판에 양팀 선수 소개의 알림과 함께 경기장에 선수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눈에 띄는 것이 양팀 선수들의 체격 차이였다. 북한 선수에 비해 일본 선수들의 키가 작은 것이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체형이 경기 승패를 좌우하지 않지만, 여하튼 대조되는 외형을 보고 북한 팀이 '이기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안도감을 가졌다.

경기 시작에 앞서 전 참가자가 기립(起立)한 속에 양국의 국가(國歌)가 주악됐다. 북한이 싫어 탈북한 내가 해외에서 북한 애국가를 들으며 서 있노라니 기분이 참 묘했다. 3대째 이어지는 북한의 독재와 특히 새로 계승한 젊은 집권자가 내외에 계속해서 행하고 있는  횡포(橫暴)로 하여 북한의 국제적 이미지는 최악이다.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가 본인에게도 비쳐질까 두려워 당당히 북한 응원석에 서지 못한 것이다. 북한을 떠나 해외에 살지만, 트라우마는 나를 여전히 옭매는 것 같다.

한편 집권자 찬양의 노래로만 가득한 북한에서 정작 애국가에 김 씨 일가의 찬양 구절이 전혀 없는 것은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경기 내내 팽팽한 시소게임이 펼쳐졌다. 북한의 리예경 선수가 슛을 날리고 있다.

경기 내내 팽팽한 시소게임이 펼쳐졌다. 북한의 리예경 선수가 슛을 날리고 있다.

 

경기가 시작됐지만, 비는 여전히 많이 내렸다. 그라운드에 물이 고이면서 양팀 모두 경기운영에 지장을 받고 있었다. 특히 북한 팀의 실수가 잦았는데 일본팀의 문전에서 슛이 실패하거나 득점을 위한 결정적 찬스를 놓쳤을 땐 정말 안타까웠다. 경기가 치열해짐에 따라 양팀 응원도 열기를 더해가기 시작했다.

일본 응원팀은 각 연령의 사람들이 섞여 응원을 하고 있었지만, 북측 응원팀을 보니 중, 고등학교 정도의 젊은 학생들이 다수였다. 북 응원 팀이 규모도 조금 커 보였고 조직적이었는데 나중에 보니 대부분 조선학교 학생들이 다수였다. 아마 조총련에서 계획적으로 조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하튼 양 쪽다 응원에 열을 올리고 있었는데 북한 쪽은 인공기와 함께 '축구강국의 위용을 떨치자', '이겨라 미더운 축구선수들'이라는 구호를 걸어 놓고 '이겨라, 이겨라'를 외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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