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소리로 북한을 응원하고 있는 조선학교 학생들. 이들은 경기 내내 조직적으로 응원을 주도했다.
큰 소리로 북한을 응원하고 있는 조선학교 학생들. 이들은 경기 내내 조직적으로 응원을 주도했다.

 

후반전에 들어서 체력이 딸리는지 북한 팀의 움직임이 적극적이지 못한 반면 일본팀은 크게 차이가 없어 보였다. 전반전 마지막 부분에서부터 느낀 것이지만, 일본팀의 경기 운영 수준이 북한 팀에 비해 높은 것 같았다. 결국 후반 30분경 북한팀이 실점 당한 후 만회하려 노력했지만, 결국 1-0으로 일본 팀에 패했다.

2014년, 2015년의 경기 대회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한 북한 팀이 올림픽 최종 예선 경기에선 결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적대국(미국,일본,한국)과의 경기에선 무조건 이길 것을 강조하는 북한 정권인데 한국과 비겼고 일본에 졌으니 북한 김광민 감독이 돌아가면 욕을 먹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경기에는 졌지만 북한 응원단은 선수들을 위로하며 큰 박수를 보냈다.
비록 경기에는 졌지만 북한 응원단은 선수들을 위로하며 큰 박수를 보냈다.

 

경기가 끝난 후 북한 응원자들의 반응을 보니 실망하는 분위기 보다 '수고했어요'라고 큰 소리로 외치거나 전원 기립 박수로 북한 선수들의 수고를 치하해 주고 있었다. 반면 몹시 지친 모습의  북한 선수들은 머리를 떨군채 선수석으로 힘겹게 걸어오는데 김 감독이 선수들에게 빨리 들어오라는 식의 손사래를 치고 있었다. 패한 것에 대해 몹시 화난 모습이었다.

일본팀을 이길 것으로 기대했던 나에게 북한 팀의 패배는 조금 실망을 주었다. 중요한 경기도 아니였고 모국에서 온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직접 본 것 만으로도 좋았다고 생각하려 했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왠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모국에 대한 깊은 애착심에서 생긴 아쉬움인가, 나로서도 딱히 집어 표현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의 모국에 대한 사랑은 북한 정권이 선전하는 '김일성 조국'이나 '김일성 민족'으로 표현되는 이데올로기 투성인 '조국' 북한이 아니라 조상의 뼈가 묻혀있고 내가 나서자란 순수한 조국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엔 틀림없다. 언제 다시 모국 땅을 밟아 볼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는 안타까움의 끝은 있을런지...

※ 수기를 제공한 김순철(가명)은 50대 탈북 남성. 1960년대 재일교포 북송 사업으로 북한에 건너간 교포 2세로 북한에서 출생. 2001년경 탈북, 현재 일본에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