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사진) 압록강 가에서 데이트하는 듯한 젊은 남녀. 둘이 함께 할 앞날이 걱정되는 걸까, 데이트를 방해한 카메라 때문에 화가 난 걸까, 두 사람의 표정이 어둡다. 평안북도 삭주군, 2019년 9월 중국 측에서 촬영, 이시마루 지로

북한 주민의 결혼과 출산에 관해 아시아프레스가 조사한 결과, 출산율 저하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여성들 사이에 비혼과 만혼 현상이 널리 퍼져 있고,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거나 적게 낳으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아이를 많이 낳아 애국하자는 국가의 호소에도 주민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북한 저출산 문제의 현주소를 3회에 걸쳐 살펴본다. (전성준 / 강지원)

◆ 이미 시작된 저출산 문제, 예상보다 심각

유엔인구기금(UNPFA)에서는 《세계인구현황 2023》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합계출산율을 2022년의 1.9에서 1.8로 하향 조정했다. 워낙 폐쇄적인 북한이기에 추정치이긴 하지만, 통상 인구 유지에 필요한 대체출산율 2.1에도 이르지 못하는 수치이다.

일부 연구기관은 북한의 출산율이 실제로는 더 심각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2023년 12월 한국은행 북한경제연구실에서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2010년대 북한의 합계출산율을 1.38로 추정하고 있다. 탈북민 95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친척·지인 1137명의 결혼 및 출산 경험에 대한 조사를 통해 얻어낸 결과로, 북한의 저출산 문제가 결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님을 시사한다.

아시아프레스 취재협력자들의 이번 조사는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제 아이 업고 다니는 사람 보기가 어려워요. 원래 정원이 38명인 동네 탁아소도 작년(2023년)에는 21명 정도만 있다고 했어요” (양강도의 협조자)

(참고사진) 황해북도 사리원시 외곽의 탁아소. 어린이들이 난간에 서서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2007년 10월 리준 촬영(아시아프레스)

◆ 북한 출산율의 수수께끼

보통 출산율은 저소득 국가에서 높고 점차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2023년 기준, 세계은행이 분류한 저소득 국가(1인당 국민소득 1,135달러 미만)의 합계 출산율 평균은 4.47명으로, 고소득 국가(1인당 국민소득 13,845달러 이상)의 합계출산율 평균인 1.57명의 거의 3배 수준이다.

저소득 국가군에 포함되는 북한의 출산율은 적게 잡아도 프랑스(2021년 기준 1.8)와 비슷한 수준이며, 일부 전문가의 주장대로라면 고소득 국가의 평균출산율 이하이다. 이례적으로 낮은 북한의 출산율은 자연재해나 전쟁 등 예외 상황이 아니면 보기 어려운, 매우 특이한 현상이다.

내부 협력자 3명의 조사를 통해 이 같은 현상의 이면을 살펴보기로 하자. 협력자 A, B, C는 모두 북부 지역에 거주하는 30~50대 기혼 여성이며, A와 B는 자녀를 키우고 있다.

◆ ‘결혼하는 여자는 바보, 아이 낳으면 머저리’

‘결혼하는 여자는 바보, 아이 낳으면 머저리’라고 협력자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북한 여성들의 생각을 명쾌하게 드러내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미혼모와 혼외자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뿌리 깊은 북한에서 미혼 여성이 아이를 낳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에, 출산율은 결혼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결혼으로 인해 여성이 감수해야 하는 희생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결혼을 미루거나 아예 하지 않으려는 여성이 많아지고 있다고 협력자들은 전했다.

“요즘은 연애로도 결혼하는 게 드물어요. 그리고 돈 좀 있는 여자들은 혼자 사는 경우도 많고요” (협력자 A)

협력자 B는 여성들 사이에 “혼자 먹고 살기도 바쁜데 누구를 데려다 밥 먹여주겠냐”는 게 여론이라며 “예전에는 여성들이 결혼 후에 부양가족 자격으로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으로 이동하는 게 보통이었는데, 최근에는 여맹원 열의 셋은 혼자 사는 여성들”이라고 전했다.

여성들이 시장 활동을 통해 돈을 모을 수 있게 되면서, 실질적인 소득도 없이 직장에만 출근하는 남성들을 부양해야 하는 결혼을 회피하는 여성들이 많아졌고, 결혼한 여성들의 모임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여맹에 점차 미혼 여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북한에서는 직장에서 일하지 않는 가정주부는 반드시 여맹에 배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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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북한 지도 제작 아시아프레스

<내부조사>왜 북한의 여성들은 아이를 낳지 않게 됐는가? (2) 자기방어를 위한 결혼 기피 증가... 남자 자체가 여성에게 부담이 되는 사회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