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사진) 소를 끌고 가는 농촌 여성의 모습 뒤로 경사지를 개간한 밭이 보인다. 2008년 10월, 평양시 교외의 농촌. 촬영 장정길(아시아프레스)

북한 당국이 농번기를 앞두고 불법으로 운영되던 개인 영농지를 몰수하고, 이를 경작할 인원을 확보하기 위해 농촌 출신자들을 강제 귀농시키려 한다는 소식이다. 한편, 올해 농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농촌 총동원령을 내려 주민들을 다그치고 있다고 지난 2~3월 두 차례 걸쳐 함경북도의 취재협력자가 전해왔다. (전성준 / 강지원)

◆ 개인 관리 토지 몰수해 농장에 이전

북한에서 국가가 인정한 극히 일부의 사유지를 제외한 모든 토지는 원칙적으로 국가 소유이며, 대부분의 농업 활동은 협동농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북한의 배급제도가 거의 붕괴되면서 농민과 농촌 부근의 주민들이 산의 경사지나 돌밭 등을 개간해서 불법적으로 농사를 짓는, 이른바 ‘소토지’로 불리는 땅들이 전국적으로 많이 생겼다.

지난 수년간 당국은 소토지 단속을 강화해 왔는데, 올해에는 대대적으로 ‘소토지’ 조사에 나섰다고 지난 2월 말, 내부협력자가 A 농장을 조사한 내용을 전해 왔다. A 농장은 약 500명 규모의 농장원이 소속되어 있는, 함경북도 내 중간 규모의 농장이다.

개인 불법 영농지에 대한 이번 조사는 도 농촌경리위원회가 주관하고 국토감독대가 협력하여 진행하고 있으며 주요 대상은 ‘소토지’이다.

※ 도 농촌경리위원회 : 도내 협동농장들의 영농사업을 종합적으로 감독, 통제하는 행정기관.
※ 국토감독대 : 산과 하천, 수산 등 국가의 자연과 자원을 보호하고 감독하는 기관.

“주변의 소토지를 전수조사해서 농장에 귀속시켜서 작물을 심을지, 아니면 산림을 조성할지 결정한다는 방침이에요. (농장에)귀속시키지 않는 땅도 최소한 1~2년은 낮은 작물(콩이나 고추 등)을 심도록 한다고 해요.”

나무가 커지기 전까지 최대한 경작지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참고사진) 산꼭대기까지 소토지가 점령했다. 2014년 5월, 혜산시 교외를 중국 측에서 촬영(아시아프레스)

◆ 농장원 증원 위해 ‘농촌연고자’ 조사해 농촌으로 귀환

또한 당국은 새로 확보된 토지에서 농사를 지을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농촌연고자’들을 조사해 농촌으로 귀농시키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농촌에서 인력이 빠져나가는 현상을 막기 위해 농촌 출신 주민들은 본인과 자녀, 손자까지 대를 이어 평생 농촌을 떠날 수 없도록 하는, 사실상 현대판 신분제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과 가혹한 노동 강도로 인해 농민은 최하층 대우를 받기에, 어떻게든 농촌을 벗어나는 것이 모든 농민의 꿈이다. 그중 일부는 그 꿈을 이루기도 하는데, 주로 군에 입대해 장교가 되거나, 여성의 경우는 도시로 시집을 가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농촌을 벗어났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 이들에게는 평생 ‘농촌연고자’라는 딱지가 붙어 다니기 때문이다. 현재 이들을 찾아내 농촌으로 보내는 작업이 시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농장에 보통 2~3개 분조가 추가로 만들어진대요. 시 노동과에서 과거 농촌에 연고가 있는 대상들을 색출해 (강제로)귀농시키고 있대요.”

※ ‘분조’란 협동농장에서 농사를 짓는 최소 단위를 말한다. 10명 정도로 구성된다.

◆ 농촌지원 총동원령, 기관기업소에 영농자재 마련 강요

북한 당국은 매년 ‘농사제일주의’ 구호를 내세우며 농촌지원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런데 올해는 그 강도가 예년보다 훨씬 강하다고 협력자는 전했다.

“보통 퇴비 생산은 2월이면 마감하는데, 올해는 4월까지 계속한대요. 올해 초부터 계속 농장에 동원되고 있으니 노동자들이 농장원이 된 거나 마찬가지예요.”

특히 주목되는 것은 당국이 각급 기관, 기업소를 대상으로 주변의 협동농장들을 맡아 해당 농장에 부족한 비료와 농약, 영농 설비를 마련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아는 한 공장은 주변의 OO농장을 맡았는데, 영농자재 지원사업에 동원되라고 해서 제관직장인데 쟁기를 만들어서 지원하고 있어요.”

※제관 : 철강판을 구부려 관을 만드는 작업 과정. 주로 중공업 설비 제작을 위한 작업공정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가적으로 개인의 경제활동 통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조치를 강행하는 것은, 소토지를 통한 개인의 경작 활동을 원천 차단해 주민들의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동시에 농업생산량을 늘려 식량을 통한 주민 통치를 강화하려는 김정은 정권의 의도로 풀이된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북한 지도 제작 아시아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