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을 메고 압록강 변을 순회하는 북한 국경경비병. 2023년 10월 중순 평안북도 신의주를 중국 측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 인민반과 직장에 무조건 참가 지시

12월 19일 북한 북부 양강도 혜산시에서, 올해 들어 세 번째 공개처형이 집행됐다. 총살당한 것은 강도살인을 저지른 23세 남성. 공개재판에는 노동자와 지역 주민 다수가 동원됐다. 당일의 자세한 상황에 대해, 혜산시 취재협력자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강지원 / 이시마루 지로)

◆ 13명 공개재판 "사람이 그렇게 떠는 건 처음 봤다"

―― 공개 재판에 많은 사람이 동원됐다던데, 당일 상황을 알려주세요.

오전 중에 각 직장에서 노동자에게 공개 재판에 참가하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특히 청년동맹원은 무조건 참가하라고. 점심 후에 직장에서 대열을 이뤄 혜산비행장으로 이동했습니다. 또한 동사무소를 통해 모든 인민반은 무조건 참가하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인민반은 북한의 최말단 행정조직으로 보통 20~30세대 정도를 관리한다.

―― 몇 명을 공개재판에 회부했습니까?

총 13명입니다. 재판에 끌려 나온 사람은 모두 머리를 박박 깎고 있었습니다. 재판 내내 떨고 있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사람이 그렇게 떠는 건 처음 봤습니다. 재판에서는 맨 앞줄에 각 기관 기업소의 청년동맹원을 세워 진행했습니다. 시작되기 전에 안전국(경찰)의 기동대가 총을 들고나와 사격수도 배치돼 있어서, 모두 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혜산시에서 세 차례 공개처형이 이뤄진 곳은 고지대 혜산비행장이다. 붉은 동그라미로 둘러싼 지점이다. 사진 상부에 흐르는 것이 압록강이고, 강 건너는 중국. 구글어스.

◆ 처형된 23세 남자는 영양실조로 제대된 군인

―― 총살당한 건 1명이군요.

처형된 건 23세 남성으로, 농촌에서 시내로 곡물을 운반하는 '식량데꼬(운반꾼)' 여성을 덮쳐 빼앗으려다 큰 소리로 저항하자 돌로 쳤다고 합니다. 여성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고 합니다. 9월부터 예심(조사)을 시작했다니 빠릅니다. 살인사건이라 신속하게 법적 처리를 했다는 겁니다.

범인은 군대에 입대했지만 영양실조에 걸려 (친가로) 돌려보내진 남자로, 부모는 이혼해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직장은 광산노동자였는데 무단결근이 잦았고 도둑질이나 강도를 반복했다고 합니다.

―― 강도살인죄로 총살했다고...

요즘에 강도 사건이 자주 발생해서 밤에 이동하는 게 무서울 정도입니다. 재판에서 안전국 간부가, 강도 행위나 반사회주의 행위는 용서하지 않는다, 엄중한 법적 처벌을 내리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본보기로 사형시킨 거죠.

◆ 탈북 방조 브로커에 10년형

―― 재판에 회부된 다른 12명은 어떤 죄상이었습니까?

살인미수, 강도, 마약밀수, 탈북 방조죄 등이었습니다. 판결은 마약 밀수는 교화형 8년이고 나머지는 10년이었습니다. 전문 브로커로서 탈북을 돕고 밀수도 하던 여자는 10년 형을 받았습니다.

―― 혜산 주민이 많이 동원됐군요.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가지 않은 사람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참가하지 않은 인원을 조사해 모두 보고하라고 했습니다. 병을 이유로 결석한 지인은, 진단서를 내고 인민반장에게 돈을 주고 무마했습니다. 기업소별로 청년동맹원을 대상으로 준법정신을 높이는 긴급학습회가 다음 20일에 열렸습니다.

―― 혜산에서는 올해 세 번째 공개처형입니다. 어떻게 생각합니까?

다들 생활이 어려운 데다 강도와 살인, 사망사고가 자주 일어나니까 사회는 어수선한데, 거기에 총살까지 자주 하니까 걱정되고 겁도 많이 나고…. 집안에서도, 법을 어기면 죽게 되니까 조심하자고 서로 말하고 있습니다.

◆ 4개월만에 세 차례, 남녀 11명 처형

혜산시에서 공개처형이 집행된 것은 올해 들어 세 번째. 8월 30일에 부림소를 도축해 밀매한 죄로 남성 7명과 여성 2명 총 9명이, 9월 25일에는 의약품 횡령죄로 남성 1명이 총살됐다.
19일 총살과 관련해서는 미국 RFA(자유아시아방송)가 20일 보도했다. 아시아프레스가 조사한 것과 공통점이 많았다.

한 도시에서 단기간에 세 번이나 공개처형을 집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보위국에서 일하던 탈북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같은 도시에서 불과 4개월 사이에 세 번이나 공개총살하는 것은 내가 북한에 있었을 때도 들어본 적이 없다. 주민들에게 공포를 주는 본보기가 목적이지만 사회질서 문란이 심각하기 때문에 공개총살을 하지 않으면 치안 악화를 막을 수 없다고 김정은 정권이 판단한 것으로 생각한다"

※아시아 프레스에서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