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쨩'에게 사탕을 준다. 점퍼의 지퍼를 조금 내려 찍었다. 1998년 3월 나진시에서 촬영 이시마루 지로(아시아프레스)
'이 쨩'에게 사탕을 준다. 점퍼의 지퍼를 조금 내려 찍었다. 1998년 3월 나진시에서 촬영 이시마루 지로(아시아프레스)

 

'이 쨩'과의 만남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에 목에 건 비디오카메라를 점퍼 속에 숨겨 스위치를 넣고 '이 쨩'이 오기를 기다렸다. 사진은 그때 촬영한 것이다.

4살이라는 '이 쨩'은 나에게 과자를 받으면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며 머리 숙여 인사했다. '꼬제비' 소녀가 예의를 갖춰 인사하는 것이 나에게는 좀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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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하는 '이 쨩'. 1998년 3월 나진시에서 촬영 이시마루 지로(아시아프레스)
머리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하는 '이 쨩'. 1998년 3월 나진시에서 촬영 이시마루 지로(아시아프레스)

 

모니터링 활동을 마치고 중국으로 출국한 나는 북한에서 불법으로 월경(越境)해 온 사람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재개했다. 인터뷰에 응한 40대 여성에게 '이 쨩'과의 짧았던 '교류'에 대해 말했다. 어머니이기도 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 아이는 부모가 죽었든가, 헤어졌던가 해서 얼마 안 될걸요. 왜냐면 예의범절을 지키고 있으니까요"

그로부터 18년. '이 쨩'에 대해서는 지금도 가끔 생각난다. (이시마루 지로)

[영상에 기록된 소녀들의 수난] 기사 일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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