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중심부에 건설 중인 20층이 넘는 고층 아파트. 각 층을 수작업으로 쌓는 북한 특유의 ‘블록 공법’으로 지어지고 있다. 각 층의 창틀 위치가 제각각이다. 2011년 8월 평양시 대동강 구역에서 촬영 구광호(아시아프레스)

 

핵 및 미사일 개발로 북한이 어느 때보다 국제사회의 강한 경제 제재를 받고 있다고 하지만, 평양의 주택시장은 여전히 활기를 띠는 모양새다. 평양에 사는 아시아프레스의 취재협력자가 지역의 주택 건설 및 판매 상황을 전했다. (강지원)

내부 협력자는 5월 22일 아시아프레스와 통화에서 최근 평양의 주택시장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했다.

"최근 평양에서는 집 건설로 돈 버는 사람이 많다. 요즘은 외화벌이 회사도 살림집 건설에 투자하고 있다. 국영 건설 사업소가 돈이 없으니 무역회사가 건설 자금의 50~60%를 투자하고 완공 후 집 일부를 팔아 돈벌이를 하고 있다"

최근 무역회사의 건설 투자 움직임에 대해서는 "요즘 외화벌이가 잘 안 되어 그런지 집건설에 투자하는 케이스가 많다"라고 협력자는 말했지만, 회사들이 주택 건설에 눈을 돌리는 데는 제재로 중국과의 무역에 지장을 받는데도 일정한 영향이 있는 것 같다.

건설 투기가 성행하면서 부실 공사도 횡행하는 분위기다.

협력자는 "대부분의 주택 건설은 릉라총국, 대외건설총국 등 국영 건설 사업소가 많이 하는데 제한된 국가 자금을 가지고 돈을 벌기 위해 시공을 무시하고 층수를 늘여 팔아먹는 식으로 돈을 번다. 어떤 사업소는 5층짜리로 시공된 건물을 10층까지 지어 팔아먹기도 한다"라고 평양의 부실공사 실태를 전했다.
관련기사: <북한내부영상> 평양의 부실 공사 현장…창틀마저 제각각

시공을 무시하고 층수를 늘리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기자의 질문에는

"건설성 등 관련 기관에 종업원들에게 살림집을 주기 위함이라고 뇌물을 주면 승인을 받는다"라는 게 협력자의 설명이다.

거래되는 집값에 대해서는

"만경대 구역의 10층 아파트 두칸짜리 집이라면 15,000달러. 어느 정도 꾸려진 상태라면 수준차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인 내장 공사가 돼 있는 집은 3~4만 달러 정도. 시외곽의 오래된 4층 아파트는 한칸, 한칸 반짜리가 2~4천 달러 정도다"라고 협력자는 말한다.

북한은 개인의 부동산 소유 및 거래를 금지하고 있는 만큼 주택 매매는 거간꾼(중개인)을 통한 암거래가 유일해 현재 주택시장의 활기로 거간꾼의 수입도 좋다고 협력자는 전했다.

"지금 아파트 매매를 중개하고 돈을 버는 거간꾼도 많다. 이들은 자기 구역 내 어디에서 건물을 허물거나 새로 짓는가 하는 등 모든 주택 정보를 다 장악하고 있다. 집 가격에 따라 다르지만, 한 집을 매매하면 중개비로 500달러, 1500달러, 2000달러를 받는다고 한다"
관련기사: 북한 시장 경제의 확대는 어떤 사회 변화를 가져왔는가(5) 부동산 시장의 확립…매매되는 국유 주택

한편 주택시장의 활기로 건설붐은 일고 있지만, 심각한 전력난에 아파트 입주자들이 불편을 겪는 것은 현재도 같다고 한다.

협력자는 "현재 평양 중심지역은 하루 4, 5시간 정도로 전기가 오지만, 외곽은 한심하다. 평양화력발전소 가까운 곳에도 전기가 잘 오지 않는다. 우리 집은 17층인데 아침 8시부터 9시반까지, 저녁은 5시반부터 7시까지만 승강기를 가동해 모두 오르내리는데 많이 힘들어 한다. 물도 시간제로 나오는데 5층까지만 나와 윗층에서는 펌프를 설치해 물을 쓴다. 높은 층 집들이 물고생이 많다"라고 실태를 전했다.

북한은 현재도 개인의 부동산 소유는 공인하지 않고 있지만, 벌써 2000년대부터 개인 및 특정 기업의 투자에 의한 건설붐이 일고 있었다. 빈약한 국영 기업과 외화를 갖고 있는 개인이나 기관이 합작으로 건설붐을 만들어 내고 있지만, 이제는 뗄 수 없는 구조인듯 북한 당국도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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