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사진) 사건이 있었던 혜산시 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장교. 2013년 8월 촬영 아시아프레스

◆배경은 군인의 궁핍인가

북부 양강도 혜산시의 신흥동에서 무장병사가 국경경비대 장교의 집에 침입해 농성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총격전에 대비해 경계가 삼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강도에 사는 취재협력자가 3월 8일 전했다. (강지원)

취재협력자에 의하면 사건 발생은 2월 24일. 병사는 AK자동소총을 휴대하고 오전 10시경에 장교의 집에 들어가 장교와 처, 아이 1명을 쫓아내고 밤 7시까지 농성했다고 한다. 장교는 중대의 '책임보위지도원'이다. 군내 사상 동향을 감독하는 것이 임무다.

이날은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하기 위해 열차로 베트남으로 출발한 직후이고, 3월 10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앞둔 중요한 시기였다. 그래서인지 진압을 위해 지역 보안서(경찰)의 기동대 등이 총동원됐다고 한다.

병사는 국경경비대에서 이 장교의 밑에서 근무하다가 밀수 방조 혐의로 구속, 석방된 후 부대로 복귀했다. 현지에서는 자신을 처벌한 장교에 원한을 품고 사택에 침입한 것 같다는 소문이 있다고 한다.

농성한 병사는 자신의 억울함을 원고지 20장 정도로 써서 아파트 주민에게 맡기려고 장교의 집을 나왔다가 체포됐다. 결국 총격전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당국은 국경경비대에 조선인민군 내의 사상 동향을 감독하는 보위사령부 요원을 파견, 조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김정은 시대 들어선 2012년경부터 북중 국경지대는 극도로 통제가 강화됐다. 이 때문에 주민들이 중국과 밀수하는 것을 눈감아주거나 도와주면서 뇌물을 받던 국경경비대원들의 '수입'이 급감했고, 생활이 곤란해져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병사도 속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