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사진) 북한에서 제일 가난한 것은 농민이다. 사진은 평양 교외의 농촌에서 큰 자루를 짊어진 농촌여성의 모습. 2008년 10월 촬영 장정길 (아시아프레스)

 

북한 각지의 농촌에서 기아 징후가 보이고 있다. 작년에 분배 받은 식량을 이미 전부 소비한 '절량세대(絶糧世帯)'가 발생한 것이다. 여유가 없는 북한 당국이 대책을 내놓지 않아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강지원 / 이시마루 지로)

북한에서는 매년, 봄부터 초여름에 걸쳐 전년도 가을에 분배된 수확을 다 먹고 가을 수확까지의 단경기(端境期)에 식량난에 빠지는 '보릿고개(춘궁)'가 발생한다. 하지만 올해는 이미 4월 초부터 굶주림에 허덕이는 농민이 속출해 각지의 농장 관리위원회가 비상사태라고, 농장 현지를 방문 조사한 복수의 취재협력자가 전했다.

함경북도 회령시 대덕리, 원산리 등의 협동농장을 방문한 취재협력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먹을 것도 돈도 없어 출근할 수 없는 농민이 늘고 있다. 농장 관리위원회에서는 이 '절량세대' 농민에게 휴가 명목으로 시간을 줄 테니 자력으로 먹을 것을 조달하라, 약초와 산나물을 캐서 시장에 팔아 견디라고 통지했는데, 지금 시기에는 돈이 될 만한 것 따위 캘 것이 없다.

농장에서는 예비용 곡물 1~2개월분을 모내기나 김매기 등 농번기용으로 관리하는데, 한 농장에서는 4월 초 기준으로 20일분 밖에 없고 농민에게 아무것도 주지 못하고 있었다. 출근하는 농장원에게 물었는데 그들조차 하루 두 끼밖에 못 먹는다는 것이다"

양강도의 농장도 심각한 것은 마찬가지다.
"인근 농장에서는 농민의 7할이 감자로 연명하는 상태였다"라고 조사한 취재협력자는 말한다. 북한에서 감자만 먹는다는 것은 기근이 되기 전 단계를 의미한다. 초봄부터 상당한 식량난이 시작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옥수수죽만 먹게 된다면 아사자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왜 북한에서는 생산자인 농민이 굶주리는가? 집단 농업을 고집하는 북한에서는 협동농장마다 군대용 '군량미'와 나라에 납부하는 계획분인 '노르마'가 미리 결정된다. 그것을 초과한 수확이 농민의 몫이다. 하지만 이 '노르마'가 너무 크다.

또한 지난해 폭염과 가뭄으로 전국이 흉작이었지만, 그럼에도 '노르마'분의 상납을 강요당했다. 즉, 국가에 의한 징발과 수탈 때문에 생산자가 굶주리는 구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