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인 농민이 굶주린다. 당국에 의한 구조적 착취 때문이다. 사진 아시아프레스

북한 각지의 농촌에서 9월 중순부터 '곡물 검문'이 시작됐다. 수확된 쌀과 옥수수가 농장에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보안원(경찰관)과 제대 군인이 농촌에서 외부로 나가는 도로에 서서 짐 검사를 하고 있다. 농장 밖으로 내갈 수 있는 곡물은 농민 1인당 15kg까지다. 시장에서 팔기 위해 몰래 갖고 나가려는 장사꾼도 있는데, 걸리면 전량 몰수된다"

함경북도 취재협력자 A씨는 이렇게 전했다

이런 '곡물 검문'은 매년 있는 일이지만 올 가을은 유독 엄격하다고 한다. 곡물의 작황이 흉작이었던 작년보다 더 나빠서, 군대와 정부기관 배급용 식량을 우선 확보하기 위해 농장에서 탈곡 전에 곡물을 유출하는 것에 당국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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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정난으로 영농자재 부족

아시아프레스 북한취재팀은 함경북도, 양강도, 평안남도의 몇 군데 농장에서 현지 조사를 계속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올해 곡물 생산은 매우 나쁘다. 작년은 고온과 가뭄으로 2011년 이후 최악의흉작이라 김정은 정권은 UN 기관에 식량 지원을 요청한 사태가 있었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취재협력자들은 입을 모은다.

취재협력자 A씨가 조사한 ○○협동농장은 옥수수 생산이 중심이다. 분조장은 "흉작이었던 작년보다 생산이 10~15% 줄어들 것. 국가계획 달성은 도저히 무리다"라며 대흉작의 원인으로 다음 4가지를 들었다.

・영농자재 부족
・노동인원 부족
・가뭄
・지력 쇠약

영농자재는 비료, 차량 연료, 농약 등이다.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 등으로 재정난에 시달리는 김정은 정권은 필요량을 농장에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심각한 것은 비료의 공급 부족이라고 한다.

화학비료공장의 가동이 저하돼 할당량이 줄어드는데다 차량을 움직일 연료가 국가로부터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다른 기관과 기업에서 차량을 빌려서 비료공장에 받으러 가는 상태라고 한다. 물론 차량을 빌릴 때는 '대금'을 내야하기에 받은 비료로 청산한다. 필수품인 비료는 더욱 줄어든다.

"옥수수는 7월 중순까지 적어도 두 번은 비료를 줘야 하는데, 필요량의 절반 정도 밖에 뿌리지 않았다. 옥수수는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해 정착이 나쁘고, 파종을 세 번이나 다시 한 작업반도 있었다고 농장 간부가 말했다"
A 씨는 이렇게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