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사진) 수첩을 넘기며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남성. 평양시 중심부 모란 구역에서 2011년 6월 구광호 촬영

북한에서도 휴대전화 보급이 진행되어, 현재 사용자는 500만 명을 넘었다. 인구 대비 보급률은 20% 이상이다. 최근에는 영상과 사진 등을 저장할 수 있는 스마트폰 형태 기기의 인기가 높다. 이 개인 단말기 보급에 따라, 북한 당국은 최근 들어 통제를 크게 강화하고 있다.

통화는 도청할 수 있지만 영상과 사진, 텍스트 정보는 간단히 복사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의 무질서한 공유, 확산을 경계하는 것이다.

노상 검문과 복장 단속에서도 가장 먼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기록과 사진, 영상 데이터를 검사한다. 휴대전화 압수 조사도 다반사다.

북부지역에 사는 취재협력자는 10월 중순 이렇게 전했다.
"보안서(경찰), 보위국(비밀 경찰) 등 공안기관은 모든 조사 시 먼저 휴대전화 검사를 하게 됐다. 보위부에서 일하는 지인에게 물어보니, 삭제 데이터 복원 전문가를 채용했다는 것이다"

단말기 내용을 보자고 하고 거부하면, 압수해가서 비밀번호나 지문 인증을 뚫어버린다. 보안서에는 전문 기술 요원이 있다고 한다.

'룡악산'이라는 브랜드의 태블릿 단말기. SD카드로 데이터를 이동할 수 있다. (아시아프레스)

휴대전화 조사는 사건 수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북한에는 거리에서 복장과 헤어스타일 등 풍기를 전문 단속하는 '규찰대', '비사 구루빠'라고 불리는 팀이 있다. 그들마저도 거리에서 휴대전화 검사를 강요하게 됐다. 취재협력자는 10월 초순에 있었던 황당한 사건을 전했다.

혜산시내 영화관 앞에서 신발 공장에 근무하는 20대 여성이 복장이 풍기위반이라는 이유로 '규찰대'에게 단속 당했다. '규찰대'는 휴대전화에 외국 드라마 등 불법 영상물을 저장하지 않았는지 확인한다며 휴대전화 내용을 보려고 했다.

여성이 저항하며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자 '규찰대'는 여성을 보안서까지 연행해 내용을 보자고 강요했다. 하지만 휴대전화 안에 있던 것은 불법 영상물이 아니라 그 여성의 속옷차림이 찍힌 사진이었다. 여성은 그런 사진을 보여줄 수 없기에 부끄러워서 저항했던 것이다.

북한에서는 한국과 교류 국면이 늘어난 작년말부터 한국 정보 유입을 강하게 경계하고 단속해왔다. 당국은 거리에서 휴대전화 메시지까지 확인한다. 협력자는 이렇게 말한다.

"'비사 구루빠'가 '통보문(문자메시지)'을 조사하는 것은 일상이다. 한국풍 말투와 약자를 쓰는지 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네요, 자기, 해요, ty'다. ty는 thank you의 약자라고 한다. 이런 단어가 있으면 한국영화를 봤다고 추궁한다. 그래서 학생과 젊은이들은 단속을 피하려고 '통보문'을 보낸 뒤 즉시 삭제한다"
(강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