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권이 두려워하는 '꽃 피던 그해 달빛'의 한 장면. 중화TV 홈페이지에서 인용.

 

북한 국내에서 '꽃 피던 그해 달빛'이라는 중국 드라마가 몰래 유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당국은 '109상무'로 불리는, 경찰 등으로 조직된 단속 전문 팀까지 투입해 이 드라마를 보거나 유통하는 자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이 드라마의 무엇이 김정은 정권을 당황케 하고 있을까? (강지원 / 이시마루 지로)

북부 지역에 사는 취재협력자가 8월 중순, 이 드라마를 둘러싼 소동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했다.

"주민들 사이에서 '꽃 피던 그해 달빛'이 재미있다는 평이 있어 많은 사람이 본다. 당국은 국영 비디오 회사인 목란 비디오가 판매하는 공인 작품이 아니라 조선어 자막이 달린 불법 유통물이라며 단속하고 있지만, 실제는 드라마의 내용이 정권에 불리하다고 보는 것 같다"

 

부패의 만연으로 멸망한 청나라 말기를 그린다

김정은 정권이 기를 쓰며 단속하기 시작한 중국의 인기 드라마 '꽃 피던 그해 달빛'은 어떤 작품일까? 조금 조사해 봤다.

'꽃 피던 그해 달빛'의 원제목은 '那年花開月正圓'이다. 중국에서 2017년 8월부터 방영된 74부작 인기 드라마다. 한국에서는 2018년 1월부터 중국 작품 전문 케이블 방송국 '중화TV'에서 방송됐다.

무대는 19세기 말 청나라 말기. 절대 왕조가 부정부패의 극에 달해 신해혁명으로 가는 과정을 그렸으며 한국어 자막으로 방송되었다. 이것이 어떤 경로로 북한에 몰래 유입돼 지하에서 복사, 판매되어 퍼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중국 드라마 시청은 적발돼도 뇌물을 조금 주면 눈감아 줬지만, '꽃 피던 그해 달빛'에 대해서는 한국 드라마 수준의 강도 높은 단속을 하고 있다. 8월 초부터 '109 상무'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민가를 기습 방문해 검열하고 있다. 텔레비, 노트텔, 컴퓨터, 휴대전화까지 뒤지고 있다"

정보를 전해 온 협력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노트텔은 소형 랩톱 크기의 동영상 재생기를 말한다.

김정은 정권은 드라마나 영화를 중심으로 한국 정보의 유입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 시청이 적발되면 1년 미만의 단기 강제노동, 판매 유통한 자는2~3년 교화형(징역형)에 처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어 있다. '꽃 피던 그해 달빛'에 대해서도 비슷한 정도의 엄벌이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5월 말 이후 지방도시에서는 전력 사정이 조금 나아져 북부지역에서는 현재 하루 4~6시간 정도 전기가 공급된다. 이에 따라 집에서 몰래 외국 드라마를 시청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추가: 올해 들어 민주화 투쟁을 주제로 한 한국의 대히트 영화 '택시 운전사'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몰래 확산, 김정은 정권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많은 사람이 체포됐다.

이번의 '꽃 피던 그해 달빛'이나 한국 드라마, 영화는 USB나 SD카드로 중국에서 반입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내부에 정보 유입을 목표로 하는 활동가들에 의한 것으로서, 순수 돈벌이 목적으로 밀수입하는 북한 내 그룹의 통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프레스에서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