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사진) 거둔 뒤의 논에서 벼 이삭을 줒고있는 노인. 2012년 11월 평안북도 신의주 농촌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6월 15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은 ‘인민들의 식량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식량사정 악화를 인정하면서 ‘전 국가적 역량을 농업에 총 집중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농업 최우선을 재차 지시했다. 실제로 올해 농업은 어떤 상황인가? 아시아프레스에서는 북부 여러 지역에서 농번기 현황을 조사했다. 드러난 것은 해당 농민들의 굶주림이 심해져 모든 것이 부족한 협동농장 상황이었다. (강지원/ 이시마루 지로)

◆ 일찍부터 흉작 예상이 농민들로부터

지금 북한은 ‘농촌 동원’의 한복판에 있다. 5월 중순부터 전국의 도시 주민들이 협동농장에 나가 옥수수 파종, 모내기, 김매기 등 농사일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 감염 확대를 경계해 농촌 동원이 축소됐지만, 올해는 연초부터 농업 최우선 방침 아래 ‘숟가락을 들 수 있는 사람은 모두 농촌에 가야 한다는 당국의 지시로, 도시 주민들이 교대로 농촌에 나가고 있다’고 협력자들은 최근 소식을 전한다.

올해 농촌 동원은 기업소 단체별로 담당할 농장을 배정해 구성 주민들이 주 2, 3차례씩 농촌에 나가고 있다. 또 ‘통근’뿐 아니라 농장에 상주하는 사람을 선발해 정해진 밭을 수확까지 담당하게 하는 방법도 도입됐다. 농장의 만성적인 인력 부족은 일단 해소되어 농장원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하지만 올해 농업생산이 상당히 악화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벌써 협동농장 간부와 주민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참고사진) 북한에서 가장 가난한 곳이 농촌이다. 커다란 갈퀴를 짊어진 농촌 여성. 2008년 10월 평양 외곽의 농촌에서 촬영 장정길(아시아프레스)

◆ 심각한 영농 자재-자금 부족

우선 심각한 것은 영농자재 부족이다. 비료, 농약, 제초제 비닐, 차량용 연료, 농기구 부품 등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조사한 협조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북한의 주식인 옥수수는 ‘영양 단지’로 불리는 모판을 만들어 성장시킨 뒤 밭에 심는 방식이다. 그것이 4월 단계부터 잘 되지 않는다고 한다.

“비료 부족으로 모판에서 싹이 트지 않아 밭에 직파했는데 흙의 산성화가 심해 생육이 나쁜 밭이 많다.” (회령시 농장원)

“중국에서 제초제가 들어오지 않아 모판 김매기도 일일이 손으로 한다.” (보천군 농장원)

당국도 수수방관만 하는 것은 아니다. 국산 비료와 중국으로부터의 지원 비료를, 부족하기는 해도 철도로 우선 운송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국산 화학비료는 인분보다 못하다’고 평판이 좋지 않다.

두 번째 어려움은 자금 부족이다.

올해는 도시 인원의 식사를 농장에 부담시키지 않고, 동원에 인력을 파견하는 기업소 등에 부담하기로 했다. 식량이나 부식은 시장에서 구입할 수밖에 없어 조직마다 ‘수익금조’를 구성해 시중 현금 조달을 담당하게 했지만 코로나 통제에 따른 장사 부진으로 현금을 잘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자금 부족으로 협동농장은 농기계나 차량을 움직일 수 있는 연료를 구할 수 없어 국가가 공급하는 영농자재들도 인수하러 갈 수 없다고 한다. ‘기업소 등에서 100위안을 내면 농촌 동원을 면제해 주도록 했지만 그래도 돈이 모이지 않는다’고 한다. (회령시 농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