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장에 등장한 김정은과 경호대원들. 2018년 4월 판문점에서. 정상회담 공동취재단 촬영

김정은을 비롯한 최고위급 경호를 담당하는 '호위대원'의 선발에, 당국이 조부모의 6촌까지 거슬러 올라가 신원조사를 하고 있는 것이 아시아프레스가 입수한 노동당 내부문서로 밝혀졌다. (이시마루 지로)

◆ 호위대란?

입수한 문서는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발행한, <절대비밀>로 지정된 '호위대원 후보들의 신원확인을 성과 있는 것으로 하기 위한 포치안' (포치는 주지, 결정 정도의 의미) 2021년 9월 25일 발행됐다.

호위대란 김정은을 비롯해 형 김정철, 여동생 김여정, 이모 김경희 등 김 씨 일족과 소수의 최측근 신변경호를 담당하는 군부대이다. 호위총국의 963부대 소속이라고 알려졌지만 자세한 것은 불명.

2018년 4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V자로 나란히 김정은을 둘러싸듯 경호하던 장신 무리의 인상이 강하다. 평양과 지방 도시에서는 김 씨 일족 등 최고위급 전용 병원과 식당, 특각이라 불리는 별장이 있다. 이러한 전용 시설에도 상주하며 경호를 담당한다. 인원수는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절대비밀 지정된 내부 문서의 표지. 아시아프레스 입수 사진

◆ 토대를 확인하라

본문은 '토대확인'이라는 단어로 시작한다.

토대란 '출신성분'이라고도 불리는 북한에서의 신분을 의미한다. 대를 거슬러 올라가 가족과 친척의 신원까지 확인하라는 것이다.

사회주의를 표방하며 한국과 미국을 적으로 규정하는 북한에서, 체제의 존립 기반이었다고 간주하는 사람들과 적 혹은 모호한 사람들은 엄격히 구분된다.

"일본의 식민지 시기와 조선전쟁기까지 올라가 선조가 무엇을 했는지, 어떤 신분에 소속됐었는지가 북한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2010년경 한국에 들어간 전 보위부(비밀경찰) 요원 출신 탈북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가 설명하는 토대의 좋고 나쁨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일본 식민지 시기에 빈농, 노동자, 항일투쟁 참가자 자손은 '좋은 토대'이고, 친일파, 자본가, 지주, 종교자였다면 '나쁜 토대'다.

그리고 해방 후라면, 조선전쟁시기에 인민군 병사로 참전했다면 좋은 토대이고 한국으로 월경한 사람의 가족, 남조선노동당 관련자 등 김일성과는 다른 계통의 사회주의자, 재일귀국자, 중국 연고자 등은 나쁜 토대라고한다. 한국을 싫어해서 '월북'한 사람도 경계 대상이고 토대가 나쁘다고 여겨진다.

내부 문건에는 '토대 확인자'를 3명 이상 찾아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시아프레스 입수 사진

◆ 조부모의 6촌까지 확인하라

문서에서는, '토대확인'과 '경력확인'에 대해 자세한 조사 범위와 방법을 적었다.

직계(부계)의 조부모와 외조부모의 6촌까지, 거기다 조상의 남편과 아내까지 범위가 미치며, 경력과 현직업을 조사하라고 하고 있다.

게다가 '토대를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은 3명 이상 준비하되 곤란하다면 한 명이라도 찾아내야 한다'라고 한다.

서류 확인뿐 아니라 산증인을 찾으라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 식민지 지배로부터 해방돼 77년이 지난 지금, 살아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 의문인데도 적어도 한 명은 찾아내라고 요구한다.

문건에는 신원확인 조사범위로서 '직계조부의 3, 4, 5, 6촌까지의 생활경력, 현직' 이라고 적혀 있다. 아시아프레스 입수 사진

◆ 북한식 신분사회

토대가 좋은 것만으로는 안되는 듯하다. 교화(징역)형을 받은 사람이 있는지도 자세하게 조사하라고 요구하므로, 설령 김 씨 일족 정권에 충실한 출신성분이라도 본인과 조상 중 법에 저촉돼 징역형에 처해진 경력이 있으면 후보에서 제외될 것이다.

어느 나라라도 최고위급 경호 담당자의 신원을 조사할 것이다. 하지만 70년도 넘은 조부모와 친족의 경력까지 얽매이는 나라가 있을까? '토대조사'는 바위처럼 고정적이고 유동성이 부족한 북한식 신분사회를 상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