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스마트폰 '푸른하늘'. 사진과 영상 촬영이 가능하지만, 인터넷 접속은 완전히 불가능하다. 2020년 1월 아시아프레스가 입수했다.

북한 중학생 사이에서 핸드폰으로 촬영한 동영상과 사진을 서로 보여주는 일은 이전부터 유행해왔는데, 당국이 이를 '비사회주의' 행위로 간주해 엄격한 통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9월 말에는 학교와 주민조직에 엄중히 처벌하도록 공식 통보가 내려왔다고 한다. 양강도에 사는 취재협력자가 현재 상황을 전했다. (강지원)

일의 발단은 9월, 혜산시에서 일어난 사건이었다고 한다. 협력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문제가 커진 건 신흥중학교 학생이, 꼬제비(홈리스)에게 빵을 주고 격투기 동작을 시켜서 촬영한 뒤 친구들끼리 보다가 들켜서다. 그래서 10월 들어 '손전화(핸드폰)' 촬영을 엄격히 통제하라고 공식 통달이 내려왔다"
※ 북한의 중학교는 6년제. 상급 3년은 고교생에 해당한다.

◆ 댄스, 키스, 홈리스 괴롭힘까지 촬영

북한의 휴대전화 사용자는 600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인구 대비 약 30%. 2008년 12월에 새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급속히 보급됐다. 인기 있는 단말기는 스마트폰형으로, 동영상 촬영과 국내 전용 인트라넷에 접속이 가능하다. 인터넷과는 전혀 연결되지 않는다.

그런데, 북한 중고생들 사이에서는, 대체 어떤 장면을 촬영하는 게 유행일까? 협력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전부터 중학생과 청소년들 사이에서 댄스, 키스, 화장, 이웃 어른들의 싸움, 특기 동작... 돌려차기, 태권도 품새, 벽돌 깨기 같은 거나, 꼬제비를 괴롭히거나 먹을 걸 주고 춤추게 하는 걸 찍는 게 유행하고 있었다.

'손전화'의 학교 반입은 금지이지만, 몰래 학교에서 모여 보는 게 일과처럼 돼 있다. 재미있고 특이한 영상을 갖고 있으면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생긴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더 열심히 찍으려고 하는 것이다"

(참고사진) 중학생들은 꼬제비 사진까지 찍고 있었다고 한다. 사진은 중학생 정도의 꼬제비 소녀가 시장에서 연탄의 온기를 쬐고 있는 모습. 2012년 11월 양강도 혜산시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 '핸드폰 검열'으로 메일까지 들여다봐

당국은 청소년의 휴대전화 사용에 대해 2019년부터 통제에 나섰다. 거리에서 자주 단속 검문을 실시해, 단말기에 저장된 사진과 영상, 문서를 확인하고 있다. 심지어 '통보문'이라고 불리는 메일의 내용까지 들여다보고 한국어 풍의 말투를 사용했는지 볼 정도로 철저하다. 그 연장에 이번 단속이 있다.

"만일 문제 영상이 있으면, 전화기는 몰수하고 학교와 청년동맹, 가족에게 연대책임을 묻는다고 당국으로부터 공식 통달이 있었다. 인민반회의에서도 이상한 영상은 절대 촬영하지 말라고 경고를 받았다"

◆ 휴대폰을 통한 정보 확산을 경계하는 김정은 정권

지난 몇 년간, 북한에서는 영장 없이 불시 가택 수색, 소지품 검사 등이 다반사다.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휴대전화 데이터라고 한다. 함경북도에 사는 다른 협력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제 휴대전화를 가진 것 자체에 불편을 느끼게 됐다. 걸리면 귀찮아지기 때문에, 나는 통보문도 카메라도 사용하지 않게 됐다. 전화만 한다. 이렇게 인민을 번거롭게 하려면, 차라리 휴대전화를 못 쓰게 하라고 불만을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왜, 김정은 정권은 이렇게까지 휴대전화의 사용을 통제하는 것일까? 이유는 두 가지라고 생각된다. 하나는 학생, 청소년의 행동과 사상에 대한 통제 강화다. 북한 정부는 2021년 3월에 '청년교양보장법'을 제정, 청소년의 관리 통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두 번째는, 휴대전화 단말이라는 개인적인 매체에 대한 경계심이다. 국내에서 발생한 사건, 사고, 사회현상을 찍은 사진과 영상이, 당국이 전혀 관리할 수 없는 곳에서 확산하는 걸 두려워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북한지도 (제작 아시아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