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사진) 취재 중 만난 여성 '꼬제비'. 23세라고 대답했다. 후에 옥수수밭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고 한다. 2010년 5월 평안남도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북한 도시부에서 '꼬제비'라 불리는 방랑자가 늘고 있다. 집을 잃고 거리를 헤매는 사람, 부양을 포기 당한 아이와 노인, 혹은 도시생활을 포기하고 방랑하는 사람들이다. '꼬제비'의 증가에 대해 당국은 주민 동향의 철저한 파악으로 임하고 있지만, 원인이 빈궁인 만큼 효과적인 수단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강지원 / 이시마루 지로)

◆ 내부 문서에 기록된 '방랑자 증가'

아시아프레스가 입수한 2020년 8월 발행 노동당 내부 문서가 있다. '최근 방랑자들이 늘고 있는 동향'이라는 제목이다. 작성한 곳은 노동당 조직부로 부제에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의 2020년 9월 4일 비준 방침" 이라고 돼 있다.

조직부가 전국의 행정조직과 경찰 등 공안기관에 지시하는 내용을 김정은에게 제안해 승인을 받은 것이다.대책에 대해서, 당의 문서에서는 다음과 같이 지시하고 있다.

'인민위원회들(지방정부), 안전기관들(경찰 등 공안조직)에서 자기 지역에서 방랑하는 부랑자들을 빠짐없이 찾아 구호소들에 보내여 생활을 안착시키며, 비상방역사업에 지장을 주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게 교영사업과 법적통제를 강화하며 엄중한 대상들에 대하여서는 법적으로 엄하게 처벌하도록 하려고 합니다'
※ 괄호 안은 필자의 보충.

이 문서가 발행된 해의 1월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시작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중국과의 국경을 봉쇄해 사람과 물건의 출입을 철저히 제한, 국내에서도 개인의 경제활동과 이동을 강하게 규제했기 때문에 도시 주민 모두가 현금 수입이 줄었다. 저축이 다해 생활이 곤궁해진 사람은 가재를 팔고 빚을 내고 마지막으로 집까지 팔게 됐다.

이미 3년 전에는 경제 악화로 방랑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을, 김정은 정권 내부 문서가 인정했던 셈이다. 그리고 지금, 각지에서 '꼬제비'가 더욱 늘어나고 있는 것이 북한 국내에서의 아시아프레스 조사로 밝혀졌다. 이것은 '전락'하는 주민이 계속 발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북부 4개 도시에서 3~4월에 실시한 조사에 대해 보고한다.

아시아프레스가 입수한 2020년 8월 발행 노동당 내부 문서. '최근 방랑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동향'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빠짐없이 찾아'라고 지시하고 있다.

◆ 곤궁해 '부모 자식 버리기'까지

〇 양강도 혜산시로부터의 보고.

최근, 인근에서도 '꼬제비'를 보는 일이 늘었다. 거의 노인과 아이들이다. 시장 입구에서 구걸을 하고 있다.

지금 생활이 힘든 세대 중에는, 노부모에게 제대로 식사를 못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때문에 노인을 쫓아내거나 학대하거나 하지 않는지 인민반장이 확인하기 위해 집집을 돌고 있다.

이혼 등 가정불화가 일어나면, 부양받던 노인과 아이들이 버림받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안전원(경찰관)이 인민반으로 가정불화 세대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또 생활이 곤란한 집에서는 아이를 친가나 농촌의 친척집에 보내는 사례가 있지만, 정말로 보냈는지 아니면 버렸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위연동에서 3월에, 불화로 집을 나간 부부가 70세가 넘은 할아버지를 집에 두고 가버려, 이틀 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 이 부부는 함께 '노동단련대'에 보내졌다고 한다. 아이를 버린 경우도 보낸다고 한다.

연로한 부모와 아이의 부양을 포기해 버리는 현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안전원이 인민반회의에 와서 강연했다. "부모를 학대하거나 버리는 행위는 '비사회주의 행위'이며,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돈벌이를 시키거나 버리는 행위는 법적으로 강하게 처벌한다'고 경고했다. 학교에서는 담임교원에게 결석하는 학생들의 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 인민반이란 최말단 행정 조직으로, 20~30세대 정도로 구성된다. 행정복지센터에 해당하는 동사무소로부터의 지시를 전달하고, 주민의 동향을 세부까지 파악하는 역할을 맡는다.

※ 노동단련대란 사회질서를 어지럽히고 당국의 통제에 따르지 않는다고 간주되는 자, 경미한 죄를 저지른 자를 사법 절차 없이 수용해 1년 이하 강제 노동에 종사하게 하는 '단기 강제 노동 캠프'. 전국 시군의 안전서(경찰)가 관리한다.

(참고사진) 추운 겨울 날씨에 혼자 지팡이를 짚고 걷는 노파에게 말을 걸었다. "80세. 생활이 힘들어져 아들부부로부터 나가달라는 말을 들었다"라고 답했다. 2011년 2월 평양시 교외에서 김동철 촬영 (아시아프레스)

◆ 당국은 대책을 지시할 뿐

내가 사는 아파트 창고에 3가구가 살고 있다. 백계가 다해 집을 팔고 다른 사람 창고를 빌려 사는 사람들이다. 혜산시의 당조직에서 사람이 와서, 집의 매매는 불법이니 원래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는데, 이번엔 집을 샀던 사람이 갈 곳이 없다며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 북한의 아파트에는 각호마다 작은 창고가 병설돼 있다.

올해 1월부터, 집을 잃고 다른 사람 집 창고나 공공장소에서 숙박하는 사람들을 모두 파악해 대책을 강구하도록 노동당 혜산시위원회가 지시를 내렸다. 방랑하고 있는 사람, 창고나 움막이나 등에 사는 사람이 대상이다. 당의 직접 지시이므로 행정 간부가 바쁘게 뛰고 있지만, 생활이 곤란한 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대책 같은 건 없는 것과 같다.

◆ '꼬제비'가 동사나 아사

〇 함경북도 무산군으로부터의 보고.

1월 대한파 때 밖에서 동사한 사람의 시체가 여기저기서 발견됐다. '꼬제비'들은 바람막이를 쳤을 뿐인 추운 하늘 아래에서 자거나, 밭의 옥수수 짚에 숨어들어 자는데, 그래서 동사한 것이다.

군의 중심부에서도 빈곤한 사람이 너무 많아져서, 시장에 '꼬제비'의 모습이 늘었다. 내가 사는 아파트 앞에도 '꼬제비'들이 앉아 있다. 굶어 죽는 사람도 있는데, 죽는 건 대부분 부양해주는 사람이 없는 어린이나 고령자, 그리고 병약자들이다.

〇 함경북도 회령시로부터의 보고.

봄이 되어 '꼬제비'가 많이 출현하고 있다. 죽는 아이도 있다. 요전날, 〇〇리 다리 아래에서 여자아이가 죽어 있는 게 발견됐다. 누더기만 걸치고 있어서 시체인줄도 몰랐고 냄새나도 가봤다가 발견됐다. 나는 우연히 시체를 처리하는 곳을 지나다 봤는데, 강 옆에 대충 파서 묻었더라.

최근에는 젊은 사람들도 돈이 없어서 '꼬제비'로 전락하고 있다. 검거해도 먹을 것을 찾고 있다고 대답하면 관리들은 어쩔 수 없다. 살고 있던 지역에 넘겨줘도 아무것도 줄 수 없고 집도 없다. 그래서 다시 나온다. 그들은 어른이라서 강도를 하거나 사람을 때리거나 하지 않을까 무서워하는 사람이 많다.

제대로 먹지 못해서 별치 않은 병에도 사망하는 경우들이 많다. 한 동네에서 40대 남자가 안해가 집을 나가고 혼자 앓다가 4월15일 전날에 죽었는데 당일 장례식도 없이 묻었다, 4월만해도 내가 알고 있는 영양실조로 죽은 사람이 근처에 4명이나 된다.

〇 평안북도 신의주시로부터의 보고.

곳곳에서 '꼬제비'의 모습을 보게 됐다. 어린이의 경우는 구호소나 중등학원(고아원)에 수용하지만, 식사가 열악하니 곧바로 도망쳐 버린다. 거리에서 구걸을 하고 있지만, 이제 먹을 것을 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신들도 힘드니까. 불쌍하게, 최근에는 건설 중인 건물이나 길가에서 아이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북한 지도 제작 아시아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