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 강변에 앉아 대화하는 젊은 남녀. 데이트일까. 팬데믹 발생 이후 중국과의 국경 근처에는 접근이 허용되지 않아 이런 광경은 볼 수 없다. 평안북도 삭주군의 모습을 중국 측에서 2019년 9월 촬영 이시마루 지로

지난 몇 년간 김정은 정권은 주민 생활에 사사건건 간섭·통제했는데, 최근에는 사실혼과 비혼자의 동거, 연애를 '비사회주의적이다'라며 단속을 강화해, 공개재판을 거쳐 3~6개월 강제노동형에 부과하는 사례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살림살이가 팍팍해져 결혼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해진 데다, 여성의 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전통적인 결혼관과 가족관이 급속히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사회질서가 흔들리는 것을 당국이 강하게 경계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강지원 / 이시마루 지로)

◆ 결혼하지 않는 젊은이들…걍제난이 박차

"코로나 전까지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동상 앞에 가면 저고리를 입고 결혼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전혀 안 보입니다. 젊은 사람들, 특히 여성들은 결혼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는 필요 없고, 돈을 벌자는 게 젊은이들의 구호입니다. 지금은 사는 게 너무 힘든 데다가, 결혼하면 여성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결혼하지 않고 연인으로 계속 사귀거나, 동거 형태로 사실혼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북부 양강도의 취재협력자 A 씨는, 최근 청년들의 결혼 트렌드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A 씨는 이혼하고 중학생 딸을 혼자서 키우는 싱글 마더다.

결혼을 기피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에 대해 당국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실혼과 동거를 '비사회주의적 행위'로 간주해, 3월부터 엄격한 단속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미혼 남녀는 함께 살아서는 안 된다고 인민반을 통해 통고가 있었습니다. 결혼 등록을 하지 않고 동거하는 자가 있으면 신고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혼자 사는 독신 남성 애인 집에서 함께 사는 것은 물론, 드나드는 것도 '비사회주의다'라고 비판받습니다" (A 씨)

※ 인민반이란 최말단 행정 조직으로, 20~30세대 정도로 구성된다. 행정복지센터에 해당하는 동사무소로부터의 지시를 전달하고, 주민의 동향을 세부까지 파악하는 역할을 맡는다.

함경북도 도시부에서 열린 결혼식 모습. 2006년 촬영된 결혼 기념 영상을 아시아프레스가 입수했다.

◆ 사실혼, 동거는 '비사회주의'라고 고발

젊은이 통제의 선두에 서 있는 것은 청년동맹이다. 미혼 남녀의 동거를 규탄하고, 생활이 어려워 결혼식을 할 수 없다면 반드시 결혼 등록을 하도록 명령하고 있다. 기간을 정하고 등록하지 않으면 불법적인 사실혼 관계로 간주되어 고발당한다고 한다.

※ 노동당 산하의 청년단체인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대체로 30세 미만의 노동자와 학생이 전원 가입한다.

"지금 젊은 사람들은 연애도 제대로 못 해요. 미혼의 젊은 남녀가 집을 준비해 함께 살거나, 상대 집에 출입하거나 하는 것조차 문제시되니까요.

부모와 살고 있는 딸이 남자친구를 데려와 함께 살게 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경제가 나빠서 부모가 돈을 벌 수 없게 되고, (결혼 준비 등) 부모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의 방식에 맞춰야 합니다. 딸의 남자친구를 사위처럼 함께 살게 하고, 같이 장사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도 당국은 문제시하고 있습니다" (A 씨)

북한에서 사실혼을 불법으로 간주하는 법적 근거는 무엇일까? 『가족법』 (2009년 12월 개정판)에는 다음과 같은 조문이 있다.

‘결혼등록을 하지 않고 부부생활을 할 수 없다.’ (제11조)
‘남편과 안해의 관계는 결혼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제16조)

어디에도 미혼 남녀가 동거해서는 안 된다라고 적혀 있지 않지만, 당국은 '비사회주의'를 내세우며 통제하고 있다.

◆ 이혼 수속 중 동거와 교제로 공개재판에 회부될 수 있어

북한은 이혼이 어렵다. 신고해도 당국이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다. 불화가 생긴 부부는 이혼 성립 전에 별거하는 경우가 많은데, 성립 전에 다른 남녀와 사귀거나 동거하는 일은 드물지 않았다. 그런데, 당국은 이것도 사회주의의 질서를 혼란케 하는 것으로서 처벌하기 시작했다. 본보기로 공개재판에 회부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북부 혜산시에 사는 다른 협력자인 여성 B 씨는, 주위에서 일어난 사례를 이렇게 전한다.

"제 주변에도 걸려서 조사를 받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혼자 사는 여성들이 처벌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개재판까지 회부되어 '노동단련대'와 무보수 노동의 벌을 받고 있습니다.

혜산시에서 3월 중순에, 이혼 절차인 상태에서 다른 여성과 동거하던 남성이 신고되어 안전국(경찰)에 끌려가서, 고작 3일 조사받고 6개월 노동단련형에 처해졌습니다. '중첩'으로 간주된 것입니다"

※ '노동단련대'란, 사회의 질서를 어지럽히거나 경미한 죄를 범한 자를 사법 절차 없이 수용해 1년 이하의 강제노동에 처할 수 있는 '단기강제 노동캠프'를 의미한다. 안전국(경찰)이 관리한다.

◆ 코로나 방역 규칙을 이유로 남녀 교제에 간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방역 규칙 위반을 이유로, 연애와 동거를 처벌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현재도, 코로나 감염 확대를 예방하기 위해 다른 군과 시로의 이동을 강하게 제한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 사는 파트너 집에 출입하거나 동거하거나 하는 경우는, 방역 규칙 위반으로 처벌하고 있다고 한다.

"혜산시 위연동에서는 이혼 절차 중인 여성 집에서 동거 생활을 시작한 남녀 양쪽이 방역 규칙을 어겼다고 조사를 받았습니다. 최근 일입니다. 남성도 가족이 있고 이혼 절차가 잘되지 않아, (법적으로는) 아직 남편과 아내가 있는 상태라서, '중첩죄'로서 두 명 모두 단련대에 3개월간 가게 된다고 합니다" (B 씨)

경제적 원조를 받아 기혼 남성과 사귀는 여성도 드물지 않은데, 당국은 그것을 '사회주의에 있어서는 안될 첩행위'로 간주해 단속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