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사진) 빨간색 완장을 찬 사람이 상인을 감시・감독하는 시장관리원. 2013년 8월 혜산시장에서 촬영 '민들레' (아시아프레스)

<북한내부> 경제 통제 강화한다는 '포고' 나와... 물자와 외화 유통 강력 단속(1) 중국 위안과 미국 달러 사용하면 무조건 몰수

8월 초순 김정은 정권은 돌연, 외화 사용 엄금과 물자 유통을 국가의 통제·관리 아래에서만 할 것을 명령하는 포고를 내놓았다. 정상이 엄중한 위반자는 사형에 처한다고 적혀 있어 개인 상행위를 단호히 통제한다는, 국가의 강한 의사가 드러나 있다. 연재 3회째는 유통의 단속에 대해서. (강지원 / 이시마루 지로)

◆ 김정은 정권의 반시장 정책 드러나

《국가의 통제권 밖에서 물자거래를 하거나 외화를 유통시키는 행위를 철저히 금지할데 대하여》

8월 중순 정보를 전해온 북부 양강도와 함경북도 취재협력자에 따르면, 이것이 포고의 제목이다. 사회안전성(경찰청에 해당) 명의로 나왔다.

포고가 나옴과 동시에 당국자는 각지 인민반회의에서 내용을 설명하고 준수를 요구했다. 각지 취재협력자의 보고를 정리하면, 포고의 요점은 다음과 같다.

〇 외화 사용 엄금.

〇 국가의 식량 또는 무역회사가 취급하는 물자를 개인이 소매, 도매할 경우 그 사람은 반드시 〈상업관리국〉에 등록하여 취급하는 식량과 상품을 사전에 신고 처리해 판매해야 한다. 원칙은 국영상점 등 국가유통망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〇 포고는, 개인이 물자와 식량을 마음대로 운반, 보관하거나 가격을 설정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이다.

〇 개인이 사람을 고용하는 것은 비사회주의적 현상이므로 철저히 단속한다.

※ 인민반이란 최말단 행정조직으로서 지구마다 20~30세대 정도로 구성된다. 행정복지센터에 해당하는 동사무소의 지시를 전달하고, 주민의 동향을 세부까지 파악하는 역할을 맡는다.

약간의 해설을 더한다.

〈상업관리국〉이란, 소비 물자의 유통을 관리하는 인민위원회(지방정부)의 부서다. 그 산하에 〈시장관리소〉가 있어, 장마당이라 불리는 공설시장을 관리·감독한다.

국가의 식량이란 주로 협동농장의 생산물과 수입 식량인데, 거기서 공장과 기업에 공급된 것이 당국의 허가를 얻어 시장 상인에게 매각되는 경우가 있다. 농장에서 개인과 시장으로 유출하는 것은 3~4년 전부터 철저히 통제돼 비합법화되고 있다.

무역회사는,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1월까지 주로 중국에서 수입된 물자와 식량을 국내 시장에 도매해 큰 이익을 얻어왔다. 그 밖에 국산, 수입품을 가리지 않고 식량과 소비 물자도 취급하고 있다. 평양과 지방의 '돈주'라 불리는 신흥 부유층이 유통 현장을 장악해 왔다.

북한식 사회주의 아래에서는 사적 고용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90년대 경제 파탄 이후 시장경제가 폭발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광범위한 분야에서 국가통제를 벗어난 사적 고용이 확산해 묵인되게 됐다. 여기서도 주역은 권력층과 결탁한 '돈주'였다.

(참고사진) 평안남도에서 2009년 12월에 나붙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령역에서 외화를 류통시키는자들을 엄격히 처벌함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포고. 사형까지 언급됐다. 촬영 김동철(아시아프레스) 기자

◆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자는 용서하지 않겠다는 의사

포고에서 드러나는 점은 김정은 정권에 의한 '반시장' 정책이지만, 그것은 이번에 새롭게 시작된 것이 아니다. 2019년에도 각지에서 개인의 경제활동을 억제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2021년 4월, 중앙에서 명령이 내려와, 개인의 경제활동을 봉쇄하려는 듯한 엄격한 통제, 단속이 시작됐다. 개인 식당조차 운영 금지. 빵과 떡 등 식품, 의류품 봉제, 리어카를 이용한 운반 등 작은 상행위에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이것은, 그해 1월 제8회 노동당대회에서 강조된 '사회주의 강화', '비사회주의·반사회주의와의 투쟁'이라는 방침에 근거한 것이었다고 취재협력자들은 설명한다.

2년 전의 이 대대적 단속은, 코로나 방역 때문에 국내 이동과 물류가 통제된 가운데 실행됐다. 도시 주민은 장사와 임노동 기회가 줄어들어 큰 타격을 받았다. 현금 수입이 격감해 버린 것이다. 지방 도시의 취약층 중에는 굶주림과 병으로 사망하는 사람까지 나오게 됐다.

이번에 포고를 내면서 강력한 통제에 나선 것은, 개인에 의한 물자 유통이 근절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사형까지 언급한 것은 국가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자는 용서하지 않는다는 경고이며, 통제 강화에 대한 김정은 정권의 남다른 의지가 엿보인다.

포고 발표와의 관계는 불분명하지만 8월 30일 오후, 양강도 혜산시에서 9명이 공개 총살에 처해졌다. 혐의는 국가 재산인 부림소를 도축해 고기를 유통했다는 것이다.

◆ 서민 노점상도 등록 의무화해 세금 징수

그렇다면, 실제로 포고에 의해 시장에서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양강도의 여러 협력자의 보고를 정리했다.

"포고가 나오고 나서 시장 주변에서 물건을 펼쳐서 파는 행위도 '시장관리소'에 등록하지 않으면 일절 못하게 됐다. 시장이 끝날 무렵에 나와 길에서 음식을 파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등록하지 않은 사람은 단속반한테 물품을 전부 몰수당한다. 시장에서도 밖에서도, 등록되어 있는지 하루에 몇 번이나 검사하고 있다"

"등록하면 매일 시장세를 지불해야 한다. 업종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에 250~500원이다. 포고까지 내고 단속하는 건, 국가가 수익을 얻자는 게 목적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 한화 10원이 약 66원.

"이전에는 농장원이 정원 등에서 키운 야채나 부식물을 시장에 갖고 와서 상인에게 도매했는데, 그것조차 조금이라도 양이 많으면 포고에 걸린다면서 단속하고 있다"

시장 주변의 광경이 눈에 떠오르는 듯하지만, 이는 서민의 소소한 장사에 나타나고 있는 통제의 한 조각에 지나지 않는다. 협력자들은, 표적은 다른 곳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목적은 '돈주 죽이기'일 것이다"  (계속)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북한 지도 제작 아시아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