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말 아시아프레스가 입수한 <절대비밀> 지정 내부 문서. '비법의료행위' 만연의 원인은 과도한 코로나 방역에 의해 중국제 의약품의 수입이 격감했기 때문인데도...

김정은 정권이 8월부터, 의료 체제의 마비에 따라 성행하던 개인 의료 행위에 대해 강한 단속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월 김정은이 직접 불법 의료 행위 단속을 지시했고, 그것이 강력하게 실행되고 있다. 정권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강지원)

◆ 자랑하던 '무상의료제'는 90년대에 파탄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북한의 오랜 간판 정책 중 하나가 '무상치료제'였다. 부상이나 질병에 대한 진찰, 치료, 수술, 입원, 의약품 처방까지 모두 무료라고 선전해 왔다.

그러나 90년대에는 의약품과 장비 부족, 의사 등 의료관계자에 대한 배급 마비 등으로 '무상치료제'는 파탄했다. 뇌물을 주지 않으면 치료도 수술도 받을 수 없게 됐고, 약은 자비로 시장이나 암거래로 구입하는 게 당연해졌다.

국가가 의료기관에 보내는 의약품과 UN 기관과 원조단체로부터 지원받은 의약품의 빼돌리기가 횡행했다. 병원에 가도 진찰만은 무료이지만, 약품은 환자 스스로 조달하는 것이 2000년대부터의 상식이었다.

(참고사진) 양강도의 한 병원의 병실. 환자 한 명이 누워 있다. 2015년 4월 촬영 아시아프레스

◆ 코로나로 의료 붕괴 드러나

2020년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시작되고, 국경이 마비돼 중국과의 무역이 거의 멈춰버리자 북한의 의료는 붕괴 상태가 됐다. 중국제 의약품 수입이 고갈되어 2020년 후반에는 간단한 치료나 수술을 받지 못해 노인과 유아 중에서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

그래서 성행한 것이 뜸과 침, 부항, 지압, 약초 등에 의한 민간요법이었다. 벼락치기로 공부했을 뿐인 비전문가까지 돈을 노리고 뛰어들었다. 의료사고도 때때로 일어난다고 한다. 급속한 민간요법의 확산에 당국은 2022년 말부터 단속에 나섰다.

눈길을 끈 것은 2023년 1월 김정은의 '비법 의료 행위에 대한 단속과 통제의 강화' 직접 지시다. 아시아프레스가 입수한 《절대비밀》지정 내부 문서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당 및 근로단체조직들에서, 주민, 종업원들속에서 돈벌이를 목적으로 비법의료행위를 하는 현상을 없애기 위한 교양과 통제를 강화하도록 하려고 합니다. 사회안전기관(경찰)을 비롯한 법기관들에서 비법의료행위에 대한 단속과 통제를 강화하며 비법적인 의료행위를 하다가 인명피해 등 각종 사고를 발생시킨자를에 대하여서는 공개투쟁을 벌리고 법적으로 엄하게 처벌하여 주민, 종업원들을 각성시키도록 하려고합니다"

그런데, 다양한 질서 위반 행위 중 하나에 불과한 민간요법에, 왜 최고지도자가 직접 통제를 명령한 것일까?

◆ '밀고 투표'로 의사・간호사도 속속 적발

북부 지역에 사는 취재협력자가 8월 중순, 대대적 단속의 시작에 대해 다음과 같이 알려왔다.

"개인의 의료 활동을 전군중적 신고체계를 통해 근절하도록 인민반에 지시가 있었고, 8월 4일에는 불법의료행위를 하는 자를 무기명 신고하는 '투표'가 치러졌다.

특히 낙태 수술에 대해서는 엄중한 법적 처벌까지 부과한다고 통고했다. 또한 침, 부항, 약제조, 지압, 점적(링거), 수혈을 포함한 주사 행위에 대해서는 자발적으로 자수시켜 소지한 의료기구를 낼 것을 요구했다.

이번 신고 '투표'를 통해 병원에 근무하는 현직 의사, 간호사들의 실명이 많이 노출됐다. 한방치료를 하는 사람의 이름도 노출됐다. 신고된 사람들은 안전국(경찰)이 조사해, 가택 수색도 벌이게 됐다"

이러한 강경 조치에 대해, 주민에게서는 일단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병원에 가도 치료를 받지 못하고, 돈이 없어서 민간요법으로 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치료를 하는 사람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자택 시술을 그만두고 환자의 집을 찾아가 왕진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참고사진) 시장에서 판매되던 국제기구 지원약품인 '아목시실린'. 피부감염증약이다. 현재는 횡류된 물품조차 고갈됐다. 2014년 10월 촬영 아시아프레스

◆ 의약품 판매도 국가 독점으로

불법 의료 행위 단속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의약품 유통의 엄격한 국가 관리다. 주민에 대해 당국자는 이렇게 경고・설명했다고 협력자는 전한다.

"국가의 의료기관에는 환자가 오지 않는다. 국가가 수입한 의약품이 병원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에 의한 진료, 진단, 의약품 매매가 활발해졌다. 앞으로는 개인 돈벌이를 위한 의약품 판매는 근절한다... 이러한 통지가 있었다"

통지가 있었던 뒤, 병원에서는 의약품 판매를 일절 중지하고 처방전만 쓰고, 그것을 받은 환자만 국가가 운영하는 약국에서 규정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장래에 무상치료제의 부활을 위한 조치라는 설명을 들었다"라고 협력자는 강조했다.

가능 여부를 떠나, 김정은 정권은 앞으로 '무상치료제'의 부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우선 불법적 민간 치료와 의약품 판매를 근절하여 의료행위와 약품 유통을 국가가 일원 관리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무상의료제'의 부활은 불가능하므로, 실질적으로 '민영화'된 의료 분야를 국가가 탈환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생각이 된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