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사진) 2005년 6월의 함흥역 홈. 큰 짐을 들고 장사를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리준 촬영 (아시아프레스)

추정 인구 70~80만 명으로, 북한 제2의 도시인 함경남도 함흥의 민생 악화가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 정도 사이에 굶주림과 질병으로 사망한 사람이 속출하고 범죄도 다발하고 있다는 정보가 북한 국내에서 퍼지고 있다. 지역 간 이동이 여전히 엄격하게 제한돼 함흥의 구체적인 실정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북부 지역에 사는 아시아프레스 취재협력자가 함흥에 왕래하는 주민과 접촉해 생생한 증언을 얻었다. (강지원 / 이시마루 지로)

◆ 정보 통제로 주민들도 알수 없었던 실태

"함흥에서는 상당한 수의 사람이 굶주림과 병으로 죽은 것 같다. 강도 등 흉악한 범죄나 사건이 다발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소문이 북부 지역에서 자주 들리게 된 것은 2021년 후반부터다. 북한 당국은 2020년 1월 말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하자마자 중국과의 국경을 폐쇄, 국내에서도 사람의 이동을 엄격히 제한했다. 그 때문에 북한 사람들도 다른 지역의 사정을 파악하기 어려워졌다.

아시아프레스에서는 북부 도시부에 사는 취재협력자들에게 함흥 현지 방문을 타진했지만 당국으로부터 출장이나 여행의 허가가 나지 않았다. 협력자 중 한 명인 A 씨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함흥의 사정이 꽤 나쁘다는 소문은 모두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을 자세히 알려고 하는 건 주저하게 된다. 최근에는 '류언비어'에 대한 단속이 심하고, 나라에 좋지 않은 정보를 입에 담고 있다고 밀고 당해 조사를 받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 5~6월에 굶주림과 병으로 사망자 증가

8월 초순, A 씨는 함흥에 왕래하는 B 씨와 만날 기회를 얻어 현지 상황을 들었다. 이하는 B 씨의 증언을 정리한 것이다.

"B 씨에 따르면, 함흥에서는 코로나 때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올해는 굶어 죽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한다. B 씨가 오가는 함흥의 〇〇 구역에서는 올해 5~6월에 인민반마다 평균 3명 정도 죽은 사람이 나왔다. 동마다 시체 처리를 전문으로 하는 일공들까지 두고 있다고 한다. 집마다 모두 생활이 힘들어서, 시체는 천에 싸서 집에서 내기만 하고 장례식도 치르지 않는다고 한다"

※ 김정은 정권은 2022년 5월에 코로나 발생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는데, 순식간에 감염이 확산해 몇 달간 대유행한 것으로 보인다.

※ 인민반이란 최말단 행정조직으로, 지구마다 20~30세대로 구성된다. 거주자 수는 50~80명 정도. 동은 보통 20~40여 개의 인민반으로 구성된다. 한 동의 인구는 1000~3000명 정도로 보인다. 만일 5~6월에 한 인민반에서 3명의 사망자가 나왔다고 하면, 사망률은 3.75~6%, 한 동에서 60~120명이 사망한 셈이 된다.

(참고사진) 중학생 정도의 꼬제비 소녀가, 혜산시장에서 연탄의 온기를 쬐고 있다. 2012년 11월 촬영 아시아프레스

◆ 강도, 갈취, 구걸... 살벌한 분위기

B 씨의 증언을 A 씨가 이어간다.

"함흥 시내는 살벌하다. 우리가 사는 〇〇시와는 다른 세상인 것 같다. 낮에 함흥역에 내리자마자, 소매치기나 갈취범이 몇 명이나 모여든다. 그것도 몰래 훔치려는 것도 아니고, 가방이나 주머니에 당당히 손을 넣는다고 한다. 칼을 보여주는 사람도 있었다.

돈을 달라고 요구해도 안 줄 것을 알고 있어서, 소지품이 있으면 다가와서 '뭐가 있느냐, 나눠 먹고 살자'라고 말하며 위협한다. 무서웠다고 한다.

안전원(경찰관)과 규찰대(민간 풍기 단속 조직)가 앞뒤로 서서 경비를 서고 있어서 큰 소리로 알렸지만, 범인은 도망치려고 하지도 않고 웃으면서 가 버렸다.

강도를 당하는 것이 무서워서 여자만으로 나가지 않고, 외출할 때는 꼭 남자과 함께 다닌다고 한다. 자전거도 강도가 훔쳐 가기 때문에 반드시 3~5명 모여서 타고 다녔다.

사포시장에 갔을 때, 공동변소 입구에서 남자 두 명이 돈을 내라고 해서 없다고 하니, 가방에 넣어뒀던 야채를 내놓으라고 했다. 눈빛에 살기가 있어서 무서워서 가방채로 줬다. 시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른 척하고 있었다고 한다.

꼬제비도 많이 있었다. 사포시장에서 20명 이상은 봤다. 그리고 학생들이 구걸하듯 물건을 팔고 있었다. 고무줄을 사달라고 매달려서 놀랐다고 한다.

길가에 깡마른 사내들이 많이 나와 앉아 있었다. 분명히 '무직자' 같은데, 단속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 김정은 정권은 수년 전부터 성인 남자에게 나라에서 배치한 직장에 출근할 것을 강요하고, 무단결근자, 직장이탈자를 '무직자'로 간주해 강력한 단속에 나서 처벌하고 있다.

◆ 왜 함흥이 나쁜가?

그렇다면, 왜 대도시인 함흥의 상황이 나쁜 것일까?

"인구가 많고, 농촌이 가깝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여러 취재협력자가 한목소리로 설명한다.

사실은 1990년대 후반 대기근 때도, 함흥에서는 다른 도시보다 훨씬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 함흥은 화학과 섬유 관련 공업 도시이다. 종업원 수가 5000이 넘는 큰 공장이 많이 있다.

90년대 후반, 경제 마비에 의한 사회 패닉이 발생한 북한에서는, 식량 배급제도가 거의 파탄 났다. 공장 노동자가 많은 함흥에서는 한시에 많은 사람이 굶주림에 직면하게 됐다. 인근에 농촌이 적기 때문에 유입되는 식량의 양에도 한계가 있었다.

◆ 개인 경제 활동 제한이 타격

김정은 정권은 코로나 방역을 명목으로 사람과 물건의 이동을 강하게 제한했다. 또한 개인의 작은 비즈니스와 비공식 임노동을 '비사회주의적 행위'로 강하게 단속했다.

이 때문에, 도시 주민 대부분은 현금 수입이 급감해 곤궁에 허덕이게 됐다. 함흥은 인구가 많고 농촌이 멀다 보니 타격을 입은 사람이 많았던 것으로 추측이된다.

또한 함경북도 청진시, 김책시에도 아사자가 다수 발생하고 범죄가 증가하는 등 사태가 심각하다는 미확인 정보가 확산하고 있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북한 지도 제작 아시아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