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원 5년동안 10분의 1로 폭락, '국정 환율'은 가상 환율일 뿐
북한을 방문하는 외국인 여행객에 대해 강요되는, 실세 환율의 80배에 이르는 '국정 환율'. 그 실태는 평양 등 극히 일부에서만 통용되는 가상의 환율이다. 중국인 여행자가 평양을 여행했을 때의 명세서와 증언, 평양 출신의 탈북자의 분석을 통해 북한 내에서의 외화 조달 구조에 대해 보고한다.
(이시마루 지로/백창룡)

중구시장 앞에서 개장을 기다리는 평양 시민들.
중구시장 앞에서 개장을 기다리는 평양 시민들. 2011년 7월 구광호 촬영. (아시아프레스)


◇ 시장 경제에 패배한 '외화와바꾼돈표'...화폐 가치는 시장에서 결정 돼
외국인 방문객에 적용되는 '국정 환율'은 북한 원이 실세의 80배로 설정되어 있는데, 이런 가상 환율은 과거에도 도입된 적이 있다. 1989년 북한에서 열린 '세계청년학생축전'을 계기로 외국인 방문객에게 사용이 강요된 '외화와바꾼돈표'가 그것이다. 90년대 후반까지만해도 북한은 외화나 '외화와바꾼돈표'만 쓸 수 있는 '외화상점'이 있었다.

'외화상점'에 가야 고품질의 물품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외국인 혹은 외화가 있고 저질의 국산품에 만족하지 못하는 북한 주민들은 하는 수 없이 '외화와바꾼돈표'로 바꿔 쇼핑했다. 이는 국영 유통망 외에 사적인 물자의 매매(예를 들어 암시장) 금지로 외국 특산품의 유통을 국가가 독점하는 환경이기에 가능했다.

그 뒤 사회 혼란에 따른 경제 파탄으로 암시장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시중에도 '외화상점' 못지 않은 다양하고 품질 좋은 외국 상품이 돌게 됐다. 또 외화 사용에 대한 당국의 통제력도 약해졌다. '외화상점'과 '외화와바꾼돈표'는 존재 의미를 잃고 자취를 감추었다. 북한 당국은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를 통해 '외화와바꾼돈표'가 폐지됐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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