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중심지에 위치한 모란시장. 외국의 여행자의 출입은 차된되는 곳이다.
평양 중심지에 위치한 모란시장. 외국의 여행자의 출입은 차된되는 곳이다. 2011년 7월 구광호 촬영. (아시아프레스)

이후 외국인 여행자는 일일이 '외화와바꾼돈표'로 환전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당국이 정한 '코스' 외 다른 장소를 자유롭게 방문할 수 없었다. 외화는 현금으로 지불하거나 경우에 따라 실세를 무시한 '국정 환율'로 환전할 것을 강요당했다. 다만 호텔이나 식당 등에서 종업원이 몰래 '실세 환율'로 환전해 주는 것도 있었다.

'외화와바꾼돈표'가 폐지된 후 평양을 중심으로 외국인을 상대하는 상점 및 시설에서는 북한 원 가격표와 함께 '국정 환율'에 의한 외화(주로 유로화) 가격표도 함께 제시됐다. 평양 시내에 많은 서비스 시설은 '국정 환율'에 근거해 외국인에게 상품을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그들 중에는 손에 든 외화를 시장에서 '실세 환율'로 교환해 몇 십배로 차익을 얻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당연히 국가의 수중에 들어갈 외화는 줄어들고, 반대로 많은 외화가 시장에 흘러나오게 됐다.

◇ '나래카드'는 '외화와바꾼돈표'의 부활
다시 '나래카드' 이야기로 돌아가 본다. 나래 카드는 2010년 12월에 등장했고, 외국인용과 내국인용의 구별이 있다. 사용할 수 있는 가게가 해마다 늘어 함흥시나 원산시 등 지방 도시에서도 외국인 전용 호텔이나 식당에서 사용 가능한 곳이 있다.

또 김정은의 특별한 관심사로 건설된 마식령 스키장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정보도 있다. 간단히 말하면, '나래카드'는 급속히 확대된 시장 경제에서 퇴출된 '외화와바꾼돈표'가 전자화되어 부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유입된 외화를 모으기 위해 전산화된 새로운 외화 관리 시스템이다. 그 표적은 외국인과 외화를 많이 갖고 있는 신흥 부유층, 이른바 '돈주'들이다.

명세서를 제공해 준 중국인 여행자는 '나래카드'로 고려호텔, 고급식당, 평양안경상점, 택시 등을 이용했다. 모두 외국 못지 않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인만큼, 북한 일반 서민에게는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비싸며 일상 생활에서는 전혀 가볼 일이 없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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