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사진) 중국산 식품을 길거리에 진열하고 있는 여성. 무역회사는 수입품을 국내에 유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2013 10월 양강도 촬영 아시아프레스

'반사회주의적 행위'. 북한에서 이렇게 규정되면 무조건 비판과 처벌의 대상이 된다. 지금, 무역회사가 비판의 폭풍우를 맞고 있다. 물자의 유통을 좌지우지해 폭리를 취하고 인민에게 피해를 줬다며, 조직이 대대적으로 통폐합되고 있는 것이다. 그 실태에 다가가는 연재의 1회째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이르는 경위와 함경북도의 실례를 보고했다. 2회째는 양강도의 현재 상황에 대해 적는다. (이시마루 지로 / 강지원)

<북한내부> 무역회사 대규모 구조조정 단행 (1) '반사회주의 온상'으로 규정하고 권력기관의 이권 '기지'의 통폐합 강행

◆ 무역회사가 '반사회주의'를 하고 있다

양강도 지역의 무역회사 역시 철퇴를 맞았다. 산하 조직은 통폐합, 인원은 지방정부기관에 의해 완전히 다른 공장 등에 배치됐다고 한다. 혜산시에서 무역회사로부터 구입한 중국제 의류품을 시장에서 판매하던 여성에게, 최근 무역회사 동향을 물었다.

―― 함경북도에서는 무역회사에 대한 옥죄기가 강해지고 있다고 한다. 양강도는 어떤가?
양강도에서도 마구잡이로 무역회사를 검열하고 조사하고 있다. 지인이 있는 한 회사는, 보위부(비밀경찰) 산하인데도 분기에 한 번씩 도무역국 조사와 검찰의 회계검열을 받고 있다고 들었다.

―― 당연히 평양에서 강력한 지시가 있었을 텐데, 내용을 알고 있는가?
지난해 12월에(노동당의) 중앙당으로부터, 무역회사가 '반사회주의'를 하고 있다는 엄격한 비판이 전달돼 왔다. 내용은 '무역회사를 개인 소유물처럼 변질시켜, 과거의 착취계급이 한 것처럼 향락을 누리고, 편제에도 없는 좋은 차를 두고, 젊은 여성을 직장에 받아들여 사회주의 공급 원칙에 반하는 식량 배급과 고급노임을 주고 있다. 땀 흘려 고생하는 노동자들에게 허탈감을 주고 있다'라는 것이었다.

예전처럼 중국에 무역 거래 대상이 있다든지, 친척이 있다든지 해서 하루아침에 회사를 만들던 그런 시대는 지났다. 무역회사는 모든 자금의 흐름을 당국에 공개하고 수출항목과 판매금액을 모두 도무역국에 보고해야 한다. 국내의 모든 물자의 판매와 유통은 당국의 허가를 얻어 진행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참고사진) 평양 시내 중심가 아파트 단지에서 중국산 소시지를 파는 여성. 역시 무역회사가 이윤을 노리고 유통한 것으로 보인다. 2011 7월 모란구역에서 촬영 구광호(아시아 프레스)

◆ 김정은과 중앙으로부터 직접 지시

―― 김정은의 지시와 승인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중앙에서 내려온 내용에는 "'국가무역'을 본격적으로 추진함과 동시에 대외경제성의 통일적인 무역정책을 기반으로 하는 자주적인 무역 원칙을 지켜, 국가의 지위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라는, 김정은의 지시인 '말씀'이 있었다고 한다.

※ 국가무역 : 수출입하는 품목과 양을 국가가 주도해 관리하는 무역 시스템. 2019년경부터 시작됐다. 그 이전에는 무역회사가 일정한 재량권을 가졌다.

◆ 주민에 미치는 영향... 수입품 장사는 거의 궤멸

―― 무역회사에 대한 통제가 엄격해져서, 주민들의 상행위에는 어떤 영향이 나오고 있는가?
나는 혜산시내의 시장에서 오랫동안 중국제 의류를 판매해 왔다. 무역회사에 가서 수입한 의류품을 매입해, 시장에서 팔거나 지방 상인에게 도매하거나 했다. 나 혼자 장사로 매월 3000위안( 55만 원) 정도의 순이익을 올렸다.

지금은 그런 세상이 아니다. 코로나 때에는 중국 제품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승인을 얻은 중국제 의류가 소량 들어온다. 하지만 무역회사가 그것을 개인에게 도매할 수 없게 됐다. 모두 국영상점과 위탁수매상점에 도매해야 한다. 수입대금은 그렇게 만들라는 것이다.

※ 위탁수매상점 : 자금이 부족한 관영 상점 중에서는, 상품을 맡기고 팔리면 정산하는 식인 판매 위탁 형식을 채택한 곳이 적지 않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돈주(신흥부유층)'가 무역회사 물품을 독점적으로 받고 유통하는 시대는 끝난 것이다. 중국에서 수입된 물건은 모두 국영 상업망으로 가는 구조다. 시장의 상인은 국영 상점에 일부를 팔아달라고 해 시장에서 판매했지만, 이익이 조금밖에 나오지 않아서 대부분 시장에서의 장사를 그만두었다. 나도 관뒀다.

◆ 대규모 구조조정은 2023년 말부터

―― 무역회사의 대규모 구조조정은 언제부터 시작됐는가?
혜산시에서 무역회사를 없애거나 정리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작년 말에는 기본적으로 모든기지'들에 대한 통폐합이 완료된 것으로 알고 있다. ‘국가무역'을 통해 중국에 수출할 수 있는 회사만 남기고, 자체적으로 국내 자원을 모아 수출을 통해 계획(국가 할당량)을 수행하던기지'는 모두 없어졌을 것이다.

*‘기지는 북한 외화벌이의 최말단 기관으로 수출품과 임가공품의 생산과 집약의 거점이다. 권력기관이나 무역회사 산하에 다수 만들어져 특권적으로 물류에 관여했다.

――‘기지’의 직원들은 어떻게 되었나?
‘기지'에서 수출용 물자를 관리하던 내 지인은 회사가 해산되어 맥주 공장에 노동자로 배치됐다. 이런 사례가 주변에 많이 있다.

――앞으로 ‘원천’ 사업은 누가 담당하게 되는지?
(당국에서는) ‘기지가 담당하던원천업무(국내 자원을 모아서 수출하는 사업)를 국영 상점이나 국영 상업관리소에서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진행될지 의문이다. (이를 위해선)‘원천'을 모아 팔러 올 지역 주민들을 파악해야 하고, 차량과 연료도 준비해야 한다. 국영 유통기관은 그런 것을 전혀 모를 것이다. 잘 안 될 것 같다.

*원천 : 주로 중국으로 수출되는 외화벌이용 물품은 한약재나 산나물, 수산물 등 1차 생산품이 많다. 일반 주민들이 산이나 바다에서 채취한 것으로 외화벌이원천'이라고 불린다.

김정은 정권이 지난해 말부터 감행한 무역회사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은 사실상 많은 권력기관의 이권을 몰수하는 작업이었다. 이는 2019년경부터 시작한반시장정책의 일환으로, 경제적 동기보다는 강력한 정치적 의지에 의해 추진되어 온 것이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하여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북한 지도 제작 아시아프레스

<북한내부> 무역회사 대규모 구조조정 단행 (1) '반사회주의 온상'으로 규정하고 권력기관의 이권 '기지'의 통폐합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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