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사진) 혹한 속에서 퇴비 수집에 동원된 여성들. 2015년 1월 중순 북한 중부에서 김동철 촬영(아시아프레스)

◆ 전전긍긍하는 간부들, 리어카 끌고 똥 모으기

1월 중순에 끝난 노동당 제8차 대회. 결정 관철을 위한 궐기 모임이 전국 각지에서 열리고 있다. 최우선 과제로서 주민 조직이나 직장에 동원령이 내려지고 있는 것은 퇴비 생산이다. 예년 이상으로 긴장한 분위기 속에서 「퇴비전투」에 여념이 없다.  (강지원)

◆ 퇴비 만들기가 매우 중요한 과제

퇴비는 재와 부식토, 인분, 짚 등을 섞어 만든다. 「퇴비전투」는 매년 초에 늘 이루어지는 일이지만, 금년은 동원 체제가 엄격하다. 당 대회라는 가장 중요한 행사에서 김정은이 호령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농업 부문에 제시된 핵심 목표는 식량 자급자족 실현’이라고 강조해 종자혁명, 과학적 농업, 토지 개간, 수리화, 기계화 등이 제창됐지만 어느 것도 하루아침에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 정권이 우선 해내야 할 일은 올해 수확을 좌우할 시비 준비를 봄 모내기 전에 끝내는 일이다. 코로나 사태로 경제가 마비 상태여서 앞날을 전혀 내다볼 수 없기 때문이다.

◆ 공동변소에서 인분 망보기까지

특별히 어려운 금년의 「퇴비전투」에 대해서, 양강도의 취재 협력자는 1월 25일에 다음과 같이 전해 왔다.

“위에서 제시한 퇴비 생산 과제는 직장에 다니는 사람은 2t, 부양가구는 1.5t, 전업주부로 구성된 여성동맹에서는 500kg으로(함경북도에서도 비슷한 수치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무조건 수행하라고 했다. 인민반에서는 공동변소의 인분을 도둑맞지 않으려고 망을 본다.”

직장에서는 출근시에 만든 퇴비를 몇 킬로씩 가져오라고 하고 있다. 할당량을 달성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돈을 받고 대신 퇴비를 만드는 사람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협력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퇴비의 판매가는 500킬로로 80 중국 위안(약 13,670원 정도)이다. 작년에는 퇴비 만들기를 스스로 하지 않고 돈으로 사는 사람이 우리 인민반에서도 70% 이상이었지만, 올해는 코로나로 모두 돈이 없어서 10%도 안된다. 모두 생산 동원에 나서고 있다.”

특별한 사정이 있어 퇴비 전투에 참가할 수 없게 되면, 시내에서 만든 퇴비를 농촌으로 운반하기 위한 연료 비용을 내야 한다고 한다.

◆ 간부가 솔선

올해 「퇴비전투」는 흥미로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간부들이 앞장서 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당 조직의 간부들이 퇴비를 실은 리어카를 끌고 출근할 정도”라고 협력자는 말한다.

김정은은 당 대회에서 간부야말로 앞장서 일할 것을 거듭 촉구하며 부정부패를 용납하지 않을 것도 강조했다. 간부를 감독하는 조직의 운용도 활발해졌다. 간부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잘난 것처럼 뽐내기만 하던 간부들이 대견해진 것은 좋다고 해도, 반대로 융통성이 없게 되어 퇴비 만들기의 압력이 거세다. 퇴비 도둑까지 나타나고 있다.”

「퇴비전투」의 현상을 협력자는 이같이 설명했다.

※ 아시아 프레스에서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으로 반입해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