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의 제방공사 모습. 직장이나 여성조직에서 동원된 사람들로 보인다. 평안북도 2021년 7월 중순 중국측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 코로나로 원자재 들어오지 않고 수출도 멈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책으로 중국 국경을 폐쇄한 영향으로 경제 악화가 심각해지는 북한에서, 공장과 기업소의 가동이 침체해 노동자에 대한 대우가 나빠지고 있다. 급여와 식량의 지급이 거의 없어진 직장에서 퇴직하거나 이탈하는 사람이 속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과 공장은 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제동을 걸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강지원 / 이시마루 지로)

북동부에 위치해 중국과 접하는 함경북도의 나선시에 있는 한 대형 피복공장. 중국 기업의 투자를 받은 합변(合弁)기업이다. 옷감과 실 등의 원자재와 봉재기기를 중국에서 도입해 각종 제복 및 스포츠 의류, 속옷, 코트 등을 위탁생산해서 중국에 수출해왔다. 직원은 거의 여성이고 2000명이 넘는 큰 공장이다.

2017년 후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UN 안보리 제재로 인해 의류품의 수출이 금지되어 합변도 해소됐다. 하지만 이 공장은 생산을 계속했고 국가의 승인을 얻어 무역회사를 통해 압록강 상류에서 중국으로 밀수출을 계속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김정은 정권이 국경을 봉쇄한 이후 밀수도 끊겨 버렸다.

아시아프레스 취재협력자가 10월 초 이 공장에 근무하는 여성에게 물어보니, 다음과 같이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공장은 국내용으로 생산을 축소해 운영했다. 옷감과 실 등 원자재는 합변대상 였던 중국기업이 두고 간 것을 소비해왔는데 그마저도 모자라져서 최근에는 시장의 도소매를 위한 의류를 근근이 생산하는 정도다. 지금까지 개인이 해온 봉제 분야에 진입한 것인데, 대량 생산 중심으로 운영하던 공장이었기 때문에 개인의 바느질한 상품보다 품질이 나쁘다. 원자재가 보충될 전망이 없으니 공장의 앞날은 알 수 없다"

◆ '공짜 일'이 계속되자 속속 공장을 그만둬

이 피복공장에서는 합판 상대인 중국 기업의 배려로 노동자에게 매월 백미 15kg, 콩기름 5kg이 현물 지급되고 명절에는 설탕 등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식량 등의 지급은 9월 초순 5일분의 공급 외에 지난 6개월간 전혀 없는 상태다. 생산 라인도 거의 멈췄고 여성 노동자들은 국가가 공장에 할당한 노동 동원에 투입되고 있다"라고 한다. 농장일을 지원하거나 토목공사 현장에 보내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최근에는 대우가 악화함에 따라 직장에 등을 돌리는 여성 노동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결혼, 직장 이동, 이사, 병을 핑계로 퇴사하거나 이직하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공짜 일'을 해서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사태에 당황한 당국은 경영에 개입해 생산을 계속하도록 요구했다. 공장 측에서는 그만둔 사람은 무역이 재개되어도 재입사할 수 없다고 경고하며 이직을 막기 위해 주력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고 한다.

협력자는 '이 피복공장은 한때 여성들에게 인기 직장이었는데 지금은 인원이 절반 정도로 줄었다'라고 말한다.

아시아프레스의 조사에서는 최근 1년 남짓한 사이에 적어도 평안북도, 함경북도, 양강도의 많은 공장이 가동이 저하되거나 중단시키고 있다. 특히 원자재를 중국에 의존해온 기업의 타격이 크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북한지도 (제작 아시아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