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중심부 아파트가에 앉아 감자를 파는 젊은 여성. (아시아프레스)

 

북한에서도 저출산이 문제가 되고 있다. 오랜 경제난으로 아이를 낳지 않는 추세가 이어지는 데다 결혼을 기피하는 젊은 여성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이를 문제 삼아 '여성도 조선 혁명에 공헌하라'며 개입과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은 사회주의를 표방하면서 남존여비 풍조가 뿌리 깊다. 남성 중심 사회에 '반항하는' 여성들의 의식에 대해, 북부 지역에 사는 싱글머더에게 들어 보았다. 그녀는 이혼 후 혼자서 중학생 딸을 키우고 있다.

◆ 결혼은 여성의 부담

"조선에서는, 남자들은 결혼하고 싶어 하지만 젊은 여성들은 어떻게든 결혼 안 하고 싶다는 사람이 많이 늘었습니다. 결혼관이 싹 바뀌었습니다. 돈만 있으면 그럭저럭 살 수 있습니다. 결혼보다 돈이 중요합니다. 그게 구호처럼 돼 있습니다. 한 번 결혼하면 이혼이 어렵다는 것도 있습니다. 이혼을 못해서 별거하는 여성도 많습니다"

―― 왜 결혼을 싫어하나요?
"여성만 부담이 늘어나니까요. 남자는 월급도 식량 배급도 안 나오는 직장에 나가야 하니 여자가 밖에서 장사해서 남편이랑 애를 먹여 살려야 합니다. 여자들 사이에서는 결혼생활은 집 지키는 것밖에 못하는 개를 키우는 거라는 말을 합니다. 그런데도 잠자리 상대를 해줘야 하니까, '이제 남자는 필요 없어!'라는 게 제 주위에서는 구호가 됐습니다. '왜 시집 안 가나'라니, 대답이 너무 당연해서 묻는 게 이상합니다. 미혼 여성이면서 시장에서 착실히 돈 버는 사람도 많고, 남편 뒷바라지 안 해도 되는 과부들이 오히려 형편이 낫습니다"
※ 남성은 직장을 이탈해 장사하면 처벌받는다.

압록강 제방 공사 모습. 직장과 여성동맹에서 동원된 사람들로 보인다. 평안북도를 2021년 7월 중순에 중국 측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 당국은 '혁명 위해 아이 낳으라'

이러한 풍조의 확산은 당국을 초조하게 하고 있다. 저출산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은 인구 관련 통계를 전혀 발표하지 않으므로 실태는 불명이지만,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올해 7월 시점 합계특수출생률(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 추정 수)는 1.91로, 이미 고령화 사회에 들어섰다고 추정된다.

김정은 정권은 노동당 산하의 여성조직인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성동맹)을 통해, 미혼은 안 되며 결혼하라는 압박을 계속 가하고 있다.

―― 권력기관이 개인 결혼 문제에 개입하는 것입니까?
"서른 넘은 여자는 소속 조직이 청년동맹(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에서 여성동맹으로 바뀝니다. 여성동맹은 기혼여성의 조직이었는데, 이제는 미혼여성이 속속 들어옵니다. 위에서 미혼여성을 제대로 관리해 결혼시키라는 지시가 내려와서, 회의나 강연 때마다 '어머니 역할을 제대로 완수하도록 결혼 기피현상을 없애고, 조선 혁명의 수레바퀴 한쪽을 맡고 있다는 심정으로, 혁명의 보탬이 돼야 한다'라는 겁니다. 게다가 여성동맹 위원장은 '돈벌이에 눈이 멀어 결혼을 기피하는 여성이 많은데, 이는 옳지 않다. 설령 혼자서 돈을 벌고 풍족하게 살아도 나라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연해서 말합니다. 그러니까 결혼해서 아이를 많이 낳으라는 겁니다"

―― 북한에서도 결혼 등록을 하지 않는 사실혼이 있습니까?
"늘어나고 있습니다. 조선에서는 어쨌든 이혼이 힘드니까. 결혼 등록하지 않고 오래 사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건 '비사회주의 행위'라고 비판합니다. 인민반을 통해 조사하고 불러내어 억지로 결혼 등록을 하게끔 합니다. 동거를 그만두고 몰래 만나도, 그것도 단속하니까 어렵습니다"

―― '비사회주의'라는 비판은 너무하네요.
결혼하지 않고 교제만 하고, 상대로부터 원조를 받는 사람도 가끔 있습니다. 당국은 이것을 '첩질이니까 비사회주의다. 사실혼은 용납하지 않는다'라고 단속합니다. 그래도 결혼하지 않으려는 젊은 여자들을 어쩌자는 걸까요" (끝)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