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사진) 자루를 메고 거리를 배회하던 소년 꼬제비. 2013년 9월 평안남도 평성시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북한 북부 도시 지역에서 온 가족이 사라지거나 농촌에 가서 방랑 생활을 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경제 마비로 현금 수입이 끊어져 곤궁해지자, 도시 생활을 포기하는 주민이 늘고 있는 것이다. 북부 지역에 사는 여러 취재협력자가 전했다. (강지원)

◆ 실종자 급증

"갑자기 행방이 묘연해지는 사람이 많이 나오고 있다. 매일같이 인민반장이 집마다 돌면서 주민들의 동향을 확인하는데, 어디로 갔는지 모르는 것이다. 우리 인민반에서도 요전 날, 가족 3명이 없어져 버렸다. 역시 중국으로 갔는지, 먹을 것을 찾아 농촌에 갔는지, 산에 들어갔는지..."

중국과의 국경과 가까운 함경북도 무산군의 협력자가 9월 중순 이렇게 전했다.
※ 인민반은 최말단 행정조직으로서, 대개 20~30세대 정도로 구성된다. 동사무소의 지시를 전달하고, 주민의 동향을 세부까지 파악해 당국에 보고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양강도의 중심도시인 혜산시에서도 마찬가지다. "행적을 감추거나 농촌을 방랑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라고, 혜산에 거주하는 협력자는 말한다.

◆ 농촌에서 구걸하는 도시 주민도

원인은 곤궁이다. 2020년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시작된 후, 김정은 정권은 국경을 봉쇄해 중국과의 무역을 거의 중단했다. 국내에서도 이동과 물류, 상행위에 대한 통제가 강해진 탓에 도시 주민 대부분이 현금 수입을 크게 잃고 말았다. 저축이 바닥나고 가재도구를 팔아치운 극빈층이, 마지막 선택으로서 도시를 떠나는 것이다.

"온 가족이 인적 없는 깊은 산속에 들어가 조용히 밭을 일구는 경우가 많다. 때때로 기슭에 내려가 개인 텃밭의 작물을 훔치기도 하는 것 같다. 또한 노동자 중에서는 직장에 병가 신고를 해 두고 이탈해, 농가를 돌면서 먹을 것을 구걸하거나 농장에서 훔치다가 잡히는 사람이 늘고 있다"

혜산시 협력자의 설명이다.

이처럼 거주지를 허가 없이 떠나 사는 사람들을 당국은 '방랑자'로 분류하고, 질서를 어지럽히는 자로서 팬데믹 발생 이후 엄격히 단속했다. 하지만 '방랑자'는 늘어나기만 해서 당국도 애를 먹는다고 한다. 협력자는 현재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경찰이 산속에 들어가서 '방랑자'를 탐색하고 있다. 하지만 잡아들여도, 원래 집에 돌려보내도 다시 나가버린다고 한다. 게다가 구류기간과 강제노동 처벌을 부과하는 동안은 식사를 줘야 한다. 최근에는, 잡혀도 되니까 방랑을 떠나려는 사람도 있다. 왜냐하면 소금물에 옥수수가루밥이라도 하루 1~2끼는 먹여주니까"

◆ 온 가족 동반자살 하는 비극도

협력자들이 당국자에게 듣기로, 백계가 다한다고 해도 탈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국경의 강은 가까이 가지도 못할 정도로 경비가 삼엄하기 때문이다.

한편, 생활에 절망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무산군의 협력자는, "최근 인근에서 쥐약을 먹고 자살하는 가정이 여럿 있었다"라고 말했다.

혜산시의 협력자는 "위연동에서 미혼모가 9살 난 아들과 동반자살 하는 사건이 6월에 있었다. 인민반 사람이 방에 들어가니, 가재는 전혀, 아무것도 없었고 땔감으로 쓰려고 마룻바닥까지 벗긴 상태였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북한지도 (제작 아시아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