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사진) 오랫동안 북한에서 가장 빈곤한 사람은 농민이었다. 그런데 도시 주민의 궁핍이 진행돼 농촌에 가서 이삭을 줍거나 구걸하는 사람까지 출현하고 있다. 사진은 소를 끄는 농촌 여성. 2008년 10월 평양 교외 농촌에서 촬영 장정길 (아시아프레스)

경제 마비로 인해 북한 도시부의 취약층에서는 영양실조와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나오고 있다. 곤궁한 사람에 대한 정부의 충분한 지원 및 구호가 없는 가운데, 각지에서 절도나 강도 등 범죄가 증가해 안전국(경찰)이 비상경계에 들어갔다고 한다. 북부 함경북도 상황을 보고한다. (강지원)

◆ 곤궁한 도시 주민이 농촌 덮쳐

무산군에 사는 취재협력자가 2월 말 전한 바에 따르면, 두만강 연선의 농촌인 남촌에서 대낮에 부부가 자택에 묶여 있는 채 발견됐다.

"남자 두 명이 물을 달라고 찾아와서, 칼로 위협해 집에 있던 식량과 값나가는 물건을 전부 뺏어갔다고 한다. 장사꾼 행세를 하고 농촌을 돌면서 빈집을 찾아 가축과 식량, 돈 되는 물건을 훔쳐 가는 사건이 빈번해지자, 안전국에서는 집중 단속을 하고 있다. 협동농장의 가축과 정미소를 노리는 도둑이 많아서, 순찰을 2시간마다 하게 됐다"

무산군에서는 남자가 농촌에 와서 장사하는 것을 무조건 금지하고. 발각될 경우에는 짐 검사를 한 뒤 마을에서 쫓아내고 있다. 또한 외부에서 온 사람은 친척이라 해도 들르는 곳과 숙박처를 반드시 등록해야 한다고 한다.

◆ 동네에서 닭과 개의 모습이 사라졌다

회령시에서도 범죄가 늘고 있다. 3월 들어 회령시에 사는 협력자는 다음과 같이 전했다.

"매일 아침, 어제는 또 어디서 도둑질이 있었다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오봉리 농장에서는 제대군인을 포함한 남자 세 명이 소를 훔쳐 먹은 게 발각돼 붙잡혀서 감옥에 갔다. 원산리에서는 3월 2일 협동농장 정미소 창고가 습격당해 불과 20분 만에 쌀 200kg 이상이 도난당한 사건이 있었다. 경찰은 범인을 잡으려고 의심스러운 자를 마구 조사하고 집까지 수색해 소동이 벌어졌다"

이 협력자에 따르면, 회령시의 거리에서는 닭과 개의 모습이 사라졌다.

"지금은 모두가 살기 너무 힘든 상황이다. 틈만 나면 잡아먹으려고 하니까 주인들은 가축을 집 밖에 내놓지 않게 됐다. 가난한 사람 중에는 닥치는 대로 훔치려고 손을 대는 사람이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먹을 게 없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1월 이후, 김정은 정권은 중국과의 국경을 봉쇄해 무역을 강하게 제한했다. 주민의 이동과 상행위도 엄격히 통제한 탓에 도시 주민은 현금수입이 격감했고 곤궁해진 사람이 크게 늘었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북한 지도 제작 아시아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