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촬영된 노동당 산하 조직의 정치학습집회 모습. 간부가 앞에서 강연하고 있다. 북부 지역 한 도시에서 2013년 여름 촬영 아시아프레스

북한에서는 지난 몇 년, 고단한 삶에 절망해 자살하거나 일가족 동반 자살을 선택하는 비극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영향을 경계한 복한 당국이 '자살은 국가를 배신하는 반역 행위'라고 규정, 남은 가족・친족에 대한 처벌까지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에 나온 노동당 간부가 노동자에게 강연하고 있다고 한다. (강지원)

◆ 9월에도 양강도서 미혼모가 3세 아이와 동반 자살

북한에서 자살은 예전부터 정권과 사회에 대한 반대 행동으로 간주돼 왔다. 노동당과 유일 영도자에 의한 올바른 지도 아래에서는 사회와 생활에 절망하는 자가 없다(있어선 안 된다)는 논리에서다.

9월 초순, 북부 양강도 운흥군에서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어머니가 세 살배기 아이와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영양실조로 여위고 허약해진 아이를 먹일 수도 없고 치료를 받게 해줄 수도 없는 것을 비관한 젊은 어머니가, 아편을 복용해 동반 자살을 기도한 것이다. 아이도 발견된 지 사흘 만에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양강도 취재협력자가 전해 온 정보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이후, 경제가 급격히 악화해 도시 주민이 곤궁, 자살, 가족 동반 자살하는 사건이 각지에서 잇따랐다. 이에 당국은 '아사와 자살에 관한 정보를 유포하는 것은 이적 행위다'라며 처벌을 언급하며 단속에 나섰다. 그런데도 9월의 모자 자살 사건 소식이 순식간에 퍼진 것이다.

◆ 노동자 앞에서 '자살은 국가 반역, 남은 4촌까지 정치적 불이익' 노골적 경고

자살자가 끊이지 않자 속이 끓었는지, 북한 당국은 9월 들어 노동당 간부를 공장기업소에 파견해 '자살은 반역 행위'라고 맹비난하는 강연을 했다. 취재협력자 A 씨가, 양강도의 한 대기업 강연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당의 선전부에서 온 간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는 사회주의 승리에 신심이 없고, 타락해서 자기밖에 모르는 자본주의 사상을 가진 자'라는 취지의 강연을 했습니다"

A 씨가 상세히 전한 내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현재 사회주의 최후의 보루인 공화국을 지키기 위한 헌신적인 노력과 투쟁으로 많은 성과가 있고 사회주의의 지위가 높아지고 있는데도, 자포자기한 자살이라는 현상은 우리 나라에서 일어나서는 안되는 엄중한 반국가, 반역 행위로 규정한다.

・자살은 육체적인 생명과 정치적인 생명을 모두 버리고 국가를 배반하는 행위다. 본인은 물론, 가족과 4촌까지 간부 등용과 발전에 제약이 생길 것이다.

・자살은 죽으면 끝이라는 생각이며 남은 가족과 친족의 발전을 고려하지 않는 행위로, 사회 불안감을 조성하고 패배주의를 전파시키는 독소와 같다.

・자살을 생각하는 마음이 생겼다면, 당위원회를 찾아 어려운 문제를 도움받아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 장사할 수 있었을 때는 자살하려는 사람 없었다

참가한 노동자의 반응은 어땠을까? A 씨가 설명한다.

"(강연한) 간부가 자살 원인의 사례를 얘기했는데, 생활고로 자살한 사람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가정불화, 타락에 관해서는 많이 설명했는데. '굶주림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타살인가'라고, 그 자리에서 수군거리는 노동자가 있었습니다.

다른 노동자는(강연 후), '오죽 힘들었으면 자살했겠나.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아이가 굶는 것을 보고 자살한 엄마도 있지 않은가. 그녀가 나라에 대한 배신자, 반역자인가'라고 분개했습니다"

또한 강연 내용을 전해 들은 주민들 사이에서는 다음과 같은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자살은 반역 행위다, 패배주의다라고 정부는 비판합니다. 하지만 생활이 힘들어서 죽음을 택했을 뿐이다, 예전에 장사할 수 있었을 때는 자살하는 사람 같은 건 없었다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조차 대놓고 말은 못하고 수군거릴 뿐입니다"

김정은 정권이 팬데믹 이후 상행위 등 개인의 경제활동을 엄격히 통제했기 때문에, 도시 주민이 현금수입을 잃어 곤궁해졌다.

덧붙여 자살을 반역자로 규정한다는 내용의 선전이 북부 지역 외에서도 이뤄지고 있는지, 아시아프레스에서는 기사 공개 시점 기준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