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을 메고 압록강 변을 순회하는 북한 국경경비병. 2023년 10월 중순 평안북도 신의주를 중국 측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이제 탈북도 밀수도 불가능하다⋯. 압록강, 두만강 변의 주민들은 국경 통제에 관해 이렇게 입을 모은다. 김정은 정권이 주력해 온 중국과의 국경지대 엄계경비 실태는 어떤 상황일까? 현역 국경경비대원이 실제 부대 운영에 관해 아시아프레스 취재협력자에게 설명했다. (강지원 / 이시마루 지로)

<북한내부> 현역 경비병에게 듣다 (1) 북중 국경에 지뢰매설? "어디에 묻혔는지 몰라 병사들도 공포"

양강도에 사는 아시아프레스 취재협력자는 8월, 압록강 상류 지역에서 복무 중인 국경경비대 하사관 A 씨와 접촉했다. 북한에서는 7월부터 코로나 통제가 완화돼 군인이 부대에서 나와 외출할 수 있게 됐다. A 씨는 20대 후반의 베테랑 경비대원이다. 또한 함경북도에 사는 협력자가 국경 연선 주민의 이야기를 들었다.

압록강 접근을 감시하는 감시초소. 허술하게 만들어졌다. 2023년 10월 중순 평안북도 신의주를 중국 측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 주민과의 유착 방지에 갖은 수단

중국과의 국경지역 주민들은 1990년대 이후 밀수와 월경 방조로 이익을 얻어 왔다. 국경경비대도 마찬가지. 식사와 뇌물을 받고 눈을 감아주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적극 개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공범관계, 부정은 거의 근절된 듯하다. 회령시에 사는 취재협력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국경경비대에 몇 년간 배치된 병사들은 집을 사거나 결혼자금을 벌었지만, 이제는 꿈같은 이야기다. 주민들도 차가워져서 병사에게 외상으로 식사를 주는 사람은 없어졌다"

당국은 어떻게든 경비대와 주민의 접촉을 최소화해 유착시키지 않는 방안을 채택했다. 취재협력자가 접촉한 국경경비병 A 씨의 말을 소개한다.

"부대는 예고 없이 배치처를 바꾸고 있다. 또한 언제 어디의 감시초소와 경계소에 근무할지도 그날 결정하기 때문에, 예전같이 밀수꾼과 시간과 장소의 약속을 정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국경경비대는 국경뿐 아니라 (압록강 최상류인) 산악 지역으로 가는 도로를 저녁 7시부터 봉쇄하기 시작했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 횡행하고 있는 밀수와 탈북을 막기 위해서다"

저층 아파트 정원에도 철조망이 쳐져 있고, 감시 원두막이 지어져 있다. 2023년 10월 중순에 평안북도 신의주를 중국 측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 탈북, 밀수 적발하면 바로 노동당 입당, 승진

북한에는 정규군 외에도 노동자, 농민, 학생 등을 예비병력으로 조직한 '민간무력'이 있다. 이 '민간무력'에게, 국경 근처에 감시초소와 검문소를 만들게 하고 입초시키고 있다.

강변에 접근하려는 주민뿐 아니라 국경경비병이 주민과 접촉하는 것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상호감시다.

또한 국경경비대는 경찰과 행정조직과도 연계해 국경 하천 접근을 경계하고 있다. A 씨가 설명한다.

"국경경비대는 '민간무력'과 안전국(경찰), 보위부(비밀경찰)와 휴대전화로 밀접하게 연락하고 있다. 예를 들면 안전원이 민가를 검열해서 행방불명자나 외출한 뒤 돌아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곧바로 국경경비대에 통보돼 국경 감시초소까지 전달되는 체계가 만들어졌다. 인민반에서는, 다른 지역 사람이 와서 숙박하고 있으면 바로 그 사람 거주지 안전국에 확인 연락이 간다"
※ 인민반은 최말단 행정조직으로서, 지구마다 20~30세대로 구성된다. 상부의 지시를 전달하고 주민의 동향을 세부까지 파악하는 역할을 맡는다.

국경경비대에게는, 적극적으로 밀수와 월경 단속을 하도록 포상을 주고 있다.

"월경자와 밀수꾼을 한 명이라도 잡으면 바로 노동당 입당, 표창휴가, 승진 보상이 있다. 부대 내에서는 상관의 불법행위를 무기명으로 고발할 수 있는 '신고함'이 설치돼, 부대원에게 적극적으로 신고하라고 한다"

민가 정원에는 철조망 앞에 나무로 된 낮은 울타리가 보인다. (붉은 원) '흔적선'이라 불리는 것으로, 넘으려고 하면 부러지게 돼 있어 국경에 접근하려는 사람이 있는 근거가 된다. 2023년 10월 중순 평안북도 신의주를 중국 측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 오후 7시 이후 국경에 접근하는 자는 총으로 쏜다고 경고

회령시에 사는 취재협력자는, 두만강 측의 국경 경비 상황도 마찬가지라며 다음과 같이 상황을 설명한다.

"경비대 병사의 배치 지역과 근무하는 위치를 고정하지 않고 자주 교대시키고 있다. 옛날처럼 약속해서 밀수하는 건 생각할 수 없고, 한다면 경비대 관여 없이 목숨을 걸어 하는거다.

이전에는 두만강에 나와 낚시를 하고 빨래도 했는데, 거의 할 수 없게 됐다. 장소에 따라서는 (강변에 나오는) 시간을 정해서 사전 신고하고 나올 수 있다. 국경의 강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곳곳에 경계소가 생겨 경비대와 (민간무력인) '노농적위대'가 통행하는 사람을 확인한다. 오후 7시 이후 국경에 다가가는 자는 총으로 쏜다고 경고하고 있다.

(국경 근처의) 무인 지역으로 가는 도로는, 완충지대도 아닌데 경비대가 2~3명으로 임의 차단해 통행을 금지시킨다. 차도 사람도 모두 세우니까, 밤이 되면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지구(地區) 밖으로 나올 수 없게 됐다"

철조망 안쪽에서 주민이 자전거로 이동하고 있다. 여기에도 나무로 된 '흔적선'이 보인다. 2023년 9월 하순 평안북도 삭주군을 중국 측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 병사에게 김정은의 대한 충성, 사상 교육을 강화

현역 국경경비대원 A 씨는, 최근 부대 내에서 사상・정치학습이 늘었다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매일 정치학습에서 사상과 신념을 강조하고 있다. '전쟁은 힘의 대결이기 전에 사상과 신념의 대결이다'라는 김정은의 말씀을 반복하고 있다.

미국과는, 언젠가 힘으로 승리해야 한다. 그것이 김정은 원수님과 당에 대한 충성심을 가진 군인들의 사명이며 임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학습 시간도 길어졌다. 이전에는 단순히 강의하는 방식이었는데 최근에는 문답식, 발표식으로 크게 바뀌었다"

김정은 정권에 의한 탈북, 월경 저지책은 단순히 국경선을 엄중히 한 것만은 아니다. 국경으로 이어지는 길에 여러 검문소를 설치하고, 주민의 동향을 철저히 파악하고, 국경경비대와 주민이 친해지지 않도록 떼어내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2020년 1월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한 이후 채택된, 교활하고 교묘한 경비와 관리책 때문에 중국으로의 월경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연재 끝)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북한 지도 제작 아시아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