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벌에 처한다'는 포고문 전문 입수
8월 이후, 북한 내부에서는 '불순 녹화물' 단속의 폭풍이 불고 있다. 평양에서 벌어진 '연예인 집단 총살'을 시작으로, 각지에서 간부급 처형을 비롯해 대대적인 중형처분이 반복되고 있다. 적발 당초에는 '음란 비디오' 단속이 명목이었지만, 그 후 양상은 완전히 바뀌어 한국 정보 유입의 차단이 그 이유가 됐다. 북한 내부에서 전해온 정보를 보고 한다. 또한 9월에 발포된 포고문 '불순출판 선전물을 몰래 보거나 유포시키는 자들을 엄격히 처벌함에 대하여'의 전문을 게재한다. (이시마루 지로)

(참고사진)평안북도 신의주시 역전에서 큰 짐을 들고 역내에 들어가려고 하는 주민들을 ‘질서유지대원’들이 끌어내고 있다. 최근 ‘불순녹화물’ 적발을 위한 짐 검사가 엄격해지고 있다고 한다. 2012년 11월 북한 내부협력자 촬영 (아시아프레스)
(참고사진)평안북도 신의주시 역전에서 큰 짐을 들고 역내에 들어가려고 하는 주민들을 ‘질서유지대원’들이 끌어내고 있다. 최근 ‘불순녹화물’ 적발을 위한 짐 검사가 엄격해지고 있다고 한다. 2012년 11월 북한 내부협력자 촬영 (아시아프레스)

 

'음란 비디오'단속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평양에서 보안부(경찰) 간부들이 내려와 한국 영상물 검열을 하고 있지만, 그 표적은 일반 주민이 아니라 (지역)간부들이다. 가택 수색도 시작되었다. 평소 한국 영상물을 가장 많이 보는 것은 간부들. 지금까지 (보복이)무서워서 보안원도 간부들에게 손을 대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하고 있다" 8월 23일 북한 북부 지역인 양강도에 살고 있는 취재 협력자 A씨로부터 걸려온 전화 내용의 개요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의 유입에 대한 단속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금까지 몇 번이고 단속이 진행됐다. 이 때문에 필자도 이번 단속사업에 대해 일상적으로 진행되는 단속사업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북한 내부로부터의 전화 보고가 있은 직후, 북한 각지에서 연속으로 총살형을 단행하는 등 '불순녹화물' 단속의 폭풍이 불기 시작했다. 세계의 이목을 모은 것은 한국의 조선일보가 8월 29일에 소식통을 인용해 "20일 평양에서 은하수 관현악단 단원을 포함한 예술인 10여 명이 '음란 비디오'를 촬영, 판매한 죄로 총살되었다"라고 보도하면서부터다.

이때 북한 내부에서는 이미 이 '연예인 총살 사건'의 소문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었다. 함경북도에 사는 취재 협력자B 씨 는 8월 30일 다음과 같이 보고해 왔다.

--평양 연예인 총살에 대해 들었는가? "연예인 25명이 '음란 비디오'를 만들어 중국에 판 죄로 총살됐다고 아는 보안원(경찰)들로부터 들었다"
(이후 그는 총살된 것이 10여 명이라고 보고해 왔다.)

--함경북도의 상황은 어떤가? "(불순녹화물 적발에 관여한)보안원들의 말에 의하면, 새별군○○지구에서는 40세대가 TV와 녹화기(재생기)를 몰수당했다. 어떤 집에서는 '기생의 하루'라는 '음란 비디오'를 봤다는 이유로 가족 전원이 묶여 끌려갔다고 한다"

--단속은 보안원이 담당하고 있는가? "김정은의 '817방침'(방침은 김정일의 구두 지시 및 사인. 앞의 번호는 날짜를 의미한 것으로 추측)이 나와, 회령시에는 평양에서 보위부(비밀경찰) 27국 사람들이 검열을 위해 내려왔다. 보안원들과 밤낮없이 여기저기 집을 수색하고 USB메모리를 조사하고 있다. 뭐, 적들(한국)이 1만 개의USB메모리를 몰래 우리나라에 침투 시켰다고 하는데...

" 보위부 27국은 비밀경찰 조직에서 도청이나 전파 탐지, 디지털 기기의 조사 등을 담당하는 부서이다. '음란물' 단속이라면 그것은 풍기문란 문제이지만, 정치문제를 다루는 '정치보위부'가 전면에 나선 다는 것이다.

또한 B씨는 평양 연예인 총살사건에 대해, "평양의 연예인들이 당한 것은 성교 장면 등을 직접 촬영한 음란한 영상이 USB메모리에 들어있던 것이 (촬영, 유출 사실이)들통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외국에 유출한 것을, 적(한국)이 들여 보냈다는 것이다"라고 소문의 내용을 전했다.

자작 외설 비디오가 외국에서 들어와 들켰다는 것은 너무나 부자연스러운 소문이다. 협력자 B씨는 보안원이 말했다는 '817방침'의 구체적인 단속 의도는 모르고 있다. 북한에 있어서 '방침'은 김정은의 직접 지령을 의미한다. '817방침'이 실제 내려진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최고도의 정치성을 갖는다. 보위부도 보안부도 최우선으로 집행하는 과제이다. 그러고 보면 '음란 비디오'단속 만을 위해 일부러 '방침'이 나왔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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