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넘어로 본 혜산시. 2014년5월 촬영 아시아프레스

◆심각한 인도위기

북부 양강도 혜산시가 코로나 대책을 이유로 1월 29일부터 봉쇄됐다. 주민들은 일체 외출이 금지되어 있다. 당국이 통고한 봉쇄 기간은 30일간이다. 시장이 폐쇄되고 식료품을 구입할 수 없게 되자 주민들은 곧 굶주림에 직면할 공포에 떨고 있다. 봉쇄 8일째인 2월 5일 혜산시에 사는 여성을 인터뷰했다. (강지원/이시마루 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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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수사건으로 김정은이 봉쇄를 직접 지시

혜산시는 양강도의 도청 소재지로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과 마주하는 무역 거점 중 하나다. 추정 인구는 20만 명. 그 혜산시가 봉쇄된 이유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생겼기 때문은 아니다. 안전국(경찰)은 중국과의 밀수사건이 적발됐기 때문이라고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밀수가 근절되지 않아 중국에서 코로나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혜산시 거주 취재협조자들에 따르면 1월 들어 주민들이 중국으로 도피를 시도하는 사건도 종종 발생했으며 김정은이 ‘혜산은 불법행위가 많다’고 비판하며 봉쇄를 직접 지시한 것으로 현지에서는 받아들여지고 있다. 혜산시는 작년 11월에도 금의 대량 밀수사건이 발각돼 20일 동안 봉쇄됐었다.

다음은 혜산시 취재 협조자가 전해 온 봉쇄 상황이다.

북한지도 (제작 아시아프레스)

◆ 백성을 질식사시키려 한다

이곳은 마치 귀신이 사는 도시 같아요. 아파트에서 밖을 보니 개미한마리 얼씬 안하고 사람들이 다 죽어버리고 빈집만 남은 것 같아요. 지금 옆집에서 울음소리가 들리고 있어요. 이대로 굶어 죽을까봐 두렵습니다.

(봉쇄 기간의) 배급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모로부터 전화로 연락이 왔는데 ‘먹을 게 없어. 넌 어떻게 사냐?’고 울고 있었습니다. 이모에게는 돈도 쌀도 보낼 수 없습니다. 우리 집에도 김치와 쌀 밖에 없어요. 보관할 수 없어서 매일 시장에 가서 샀는데 방법이 없네요.

(당국은) 인민반을 통해 필요한 물건을 사라고 하지만 집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물건을 안 팔려고 하고, 쌀 장사를 하던 사람들에게 연락해도 ‘팔 쌀이 없다’고 합니다. 우리 동네에서 1일 1식 운동을 시작한대요. 한국이나 (국제지원)기구는 쌀이나 고기를 안 보내주나요?

약도 없고, 먹을 것도 없고, 땔감도 없습니다. 돈이 있어도 쓸 수 없어요. 마치 국가가 강제로 백성들을 질식시켜 죽이려는 것 같아요. 봉쇄하다니 정말 나쁜 놈들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