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젊은이 속에서 인기가 있는 한국 팝은 여자 그룹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트와이스를 아는 북한 젊은이도 많을 것이다. (공식 twitter)

◆ 몰래 K-POP 영상 보는 여고생

북한 북서부의 한 도시에서 고급중학교에 다니는 정희(가명)는 필자의 취재협력자인 박 씨의 딸이다. 한국으로 치면 여고생이다. 박 씨는 종종 정희와 그녀의 친구들을 표본으로 삼아, 요즘 젊은이들의 생태에 대해 알려준다. 최근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요즘 우리 딸 세대에서 인기 있는 한류 문화는 드라마보다도 노래하는 영상입니다. 젊은 애들이 단체로 춤추면서 노래하는 거예요"라는 보고였다.

한국 팝 아이돌의 뮤직비디오인 것이다! 예전부터 한국 가요가 북한에서 인기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한국 팝까지 은밀하게 유행한다니 놀라운 일이다. 북한 여고생들이 '방탄소년단(BTS)'와 '트와이스'를 본다고 상상하니 가슴이 설렌다. 그렇다고 김정은 정권이 한류 문화에 대한 통제를 푼 것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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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내부는 검문소 투성이다. 요즘은 휴대전화에 한국 영상이나 음악이 저장돼 있지 않은가도 확인한다. 2019년 9월 중국 측에서 촬영 이시마루 지로

◆ 새 법으로는 보기만 해도 징역 5년

2020년 12월, 북한 당국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의 제정을 공표했다. 조문은 미공개이지만, 다음과 같은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남조선의 영화, 영상, 도서, 노래, 그림, 사진 등을 직접 보거나 보관한 자는 5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형, 유입 및 유포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사형' 모든 한국 콘텐츠에 접촉한 것만으로 엄벌에 처하는, 이른바 '한류탄압법'이다.

"주민을 대상으로 한 학습강연회에서 법률의 목적과 단속 실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불시 가택수색도 자주 하고, 각지에서 많은 사람이 잡혔습니다. 한국 드라마를 보는 것도 이제 목숨을 거는 일이에요"라고 박 씨는 말한다.

한국의 영향을 두려워한 북한 당국은, 20여 년 전부터 강도 높은 단속을 계속해 왔다. 하지만 근절은커녕 디지털 매체에 기록된 한국의 영상과 노래는 국내에서 값싸게, 대량으로 복사되어 확산할 뿐이었다. 속을 끓이던 김정은 정권은, 지난해 '불순퇴폐문화를 소탕한다'라는 격렬한 슬로건을 내걸었다. 그리고 사형까지 내비치며 일소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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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압의 표적은 젊은이들

현재 단속의 표적은 젊은이들이다. 4월 말 개최된 청년동맹 행사에 김정은은 서한을 보냈다. 그중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었다. '청년들속에 악성종양과도 같은 반동적사상문화의 해독성과 후과를 명백히 인식시켜... (중략)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행위들을 조장하거나 청년들의 건전한 정신을 좀먹는 사소한 요소도 절대로 묵과하지 말아야 합니다'

한류 문화에 물들어 사회주의를 믿지 않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고백하는 것처럼 읽힌다.

그런데, 박 씨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요즘 젊은 세대는 국가가 말하는 사회주의가 자신들의 미래를 좋게 해준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젊은이들은 겁 없는 구석이 있으니까, 한류 문화를 찾는 것을 멈추지 않겠지요"

어쩌면 정희는 친구들과 몰래 모여 일본과 한국의 고등학생처럼 한국 팝 댄스 연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박 씨에게 물어봐야겠다. (이시마루 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