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사진) 수확한 콩을 달구지에 수북이 담아 나르는 농촌 여성. 2008년 10월에 평양 외곽 농촌에서 촬영 장정길(아시아프레스)

 

<북한내부> 농업은 어떻게 되고 있는가? (1)  농촌동원 본격화... 당국은 수확물 유출 강력 경계 

수확철을 맞은 각지의 협동농장이 긴장에 휩싸여 있다. 군 병력과 민병조직을 동원해 밭과 창고를 경비하는 등, 당국은 국가 관리용 식량 확보에 혈안이 되어 있다. 농촌과 외부의 출입은 농사에 동원된 도시 주민을 제외하고 극도로 제한되어, 수확물 유출을 철저히 봉쇄할 태세를 갖추었다. (강지원)

◆한밤중에 논밭에 울려 퍼지는 총성

아시아프레스에서는 주식인 옥수수, 쌀, 감자 등의 수확이 본격화되고 있는 함경북도의 2개 협동농장에서, 취재 협력자들이 9월 중순 부터10월 초에 걸쳐 조사를 벌였다.

올해 수확기의 특징은 그 어느 때보다 엄격하고 살벌한 수확물 경비다. 무장병사까지 농장에 파견하는 것은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

조사지 중 하나인 함경북도의 A농장은 농장원 수가 500여 명. 주로 옥수수를 재배하고 있다. 함경북도에서는 평균보다 약간 작은 규모의 농장이다. 협력자 C 씨가 9월 후반부터 현지에 들어가 조사했다.

--농장 경비가 심상치 않다는 정보가 많다.

C 지인이 있는 농장에 갈 뿐인데, 어느 비밀 기지에 들어가는 듯 엄격했다. A농장에는 군관(장교) 2명과 2개 소대가 주둔을 시작했다. 1개 소대는 농장 입구와 농장으로 통하는 도로의 단속 초소에 배치되었고, 나머지 1개 소대는 농장 경비조(제대군인으로 구성)와 합동으로 마을 안과 밭을 순찰하고 있다.

병사들에게는 공포탄 2발과 실탄 3발씩 건네졌다고 한다. 밤에 외출해 보니 밭은 조명을 비추고 있고, 이따금 총소리마저 들려왔다. “야간에 돌아다니면 총에 맞을 수도 있으니 외출하지 말라고 농장에서 통보가 있었다”고 현지 농민이 말했다. 산에 있는 개인 밭이 도둑에게 엉망이 되어 일년동안 힘들게 키운 작물이 하나도 남지 않은 집도 있다고 한다.

군대가 수확물 경비에 배치된 것은 함경북도의 다른 지역인 B농장에서도 확인됐다. 조사한 사람은 협력자 D 씨.

D 인근 군부대에서 2개 소대가 파견되었고, 농장에서는 노농적위대(민간무력조직) 인력을 내보내, 무기를 휴대하고 순찰하고 있다. 야간에는 19시 이후에 돌아다니면 모두 도둑 취급을 받는다. 밭에서는 총소리도 난다. 당국은 짐승을 쫓기 위해서라고 설명하지만 요즘 짐승이 어디 있는가? 사람들에게 공포를 주기 위해서일 것이다.

(참고사진) 추수 후 논에서 벼 이삭을 찾는 노인. 2012년 11월 평안북도 신의주 농촌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농촌 수확 유출 경계

--경비의 주목적은 도난 방지일까?

D 생활이 힘드니 가을이 되면서 외부에서 농촌으로 사람들이 속속 들어오려고 하는데, 우선은 이들을 마을에 들여보내지 않는 것이 첫번째. 그리고 수확물의 도둑질을 막고, 농촌에서 빠져 나가는 이동자들이 가지고 나가려는 식량 검사를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농장 밭이 아닌 개인 밭에서 수확한 옥수수를 옮기려던 사람이 경비조에 전량 몰수됐다. 어디에서 수확했는지 증명하고, 뇌물까지 주고서야 되찾았다고 한다.

그정도로 순찰하고 임시 초소까지 만들고 있는데도 농장의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9월 중순에는 농장 밭 안에서 옥수수를 따서 알갱이만 훔쳐간 흔적을 발견하고 추적했지만, 산으로 도망쳐 찾지 못했다고 한다.

C 씨에 따르면 식량 15kg 이상을 이동시킬 때는 군 인민위원회(지방정부)의 양정과, 안전국(경찰), 감찰과, 양곡수매소(농민이 보유한 식량을 매입하는 국가 기관)의 확인 도장이 필요한데, 초소에서 경비조에게 트집을 잡혀 운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식량을 팔아 돈으로 바꾸고 싶은 농민들의 불만은 매우 높다고 C 씨와 D 씨는 입을 모았다.

◆농민들의 거센 반발

9월 말쯤부터 당국은 농민들에게 더 많은 부담을 부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A농장의 경우, 분조마다 경작을 담당하는 논밭의 수확분이 유출될 경우, 농장원의 몫인 분배를 삭감하는 규칙이 생겼다고 한다.
※분조란 농장에서 집단으로 농작업을 하는 최소 단위를 말한다. 현재는 10여 명 정도로 구성된다.

C 담당한 밭이 도둑을 맞거나 수확고 판정보다 실제 생산량이 적었을 경우, 그만큼을 분조원 분배에서 삭감하게 되었다. 결국 담당한 밭을 지키지 않으면 분배가 줄어들기 때문에, 밤이 되면 농민들이 번갈아 밭을 지키고 있다. 원래 경비는 국가가 해야 하는데 낮에는 농장에서 일하게 하고, 분배 감축이라는 수단으로 밤에는 밭 경비까지 시키는 데에 대해 모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편, 남서부 곡창지대인 황해도 등 다른 지역의 상황은 파악되지 않아 북한 전체의 수확 예측은 현 시점에서는 어렵다. (계속)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북한지도 (제작 아시아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