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사진) 혹한의 날씨에도 퇴비 모으기에 동원된 여성들. 2015년 1월 중순 북한 중부에서 촬영 김동철 (아시아프레스)

북한의 새해 연례행사인 '퇴비전투'가 시작됐다. 도시주민이 비료로 분뇨를 모아 농장에 가져간다. 직장, 인민반, 여성동맹, 학교 등을 통해 모든 주민에게 할당량이 부과된다.

연초에 연락이 온, 북한에 사는 취재협력자는 "1달과제간 과제는 직장 다니는 사람은 1톤, 퇴직한 노인은 50kg. 숟가락을 든 자는 빠짐 없이 과제를 채우라는 지시가 내려와, 똥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혹시 밖에서 용변을 보면 1분 안에 없어집니다. 길가에 개똥이나 소똥도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에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촣희에서 김정은이 농업 최우선 방침을 내세웠기 때문에 올해는 예년 이상으로 동원 점검이 엄하다고 한다. 비료 부족이 심각하다는 증거다.

표1  북한의 대중국 무역액 추이 (2016~2021년, 중국 세관총서에서)

◆ 돈도 없는데 미사일 발사

협력자의 연락이 있기 직전인 1월 5일부터 17일 사이, 북한은 동해를 향해 총 5발의 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다. 일본과 한국의 방위 당국은 11일 발사분을 최고 속도 마하 10에 이르는 극초음속 미사일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날아가는 궤도가 변칙적이라 기존 미사일 방어 시스템으로는 요격이 어렵다고 한다.

잇따른 발사의 주목적은 미사일 기술이 끊임없이 고도화하는 것이지만, 당연하게도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북한의 국영 미디어를 보면 경제는 아직 여유가 있는 것처럼 비치지만 실태는 매우 심각하다.

2017년 김정은 정권이 핵폭탄과 미사일 발사 실험을 반복하자 UN 안보리는 경제 제재를 현격히 강화했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발생해 2020년 1월에 북한은 스스로 국경을 봉쇄하면서 무역은 극도로 침체하고 말았다.

표2  북한의 대중국 무역액 추이 (2021년 1월~12월, 중국 세관총서에서)

◆ 코로나후 50억 달러 이상 잃어

무역 총액의 90%를 차지하는 대중무역은 경제 제재 강화 전인 2016년에 수입은 28억 3343만 달러, 수출 25억 3928만 달러, 총액 53억 7271만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20년에는 수입 4억 9105만 달러(16년 대비 83% 감소), 수출은 불과 4800만 달러(동 98.1% 감소), 총액 5억 3905만 달러(동 90.3% 감소)로 격감했다.

21년은 수입 2억 6016만 달러(16년 대비 90.8% 감소), 수출은 5787만 달러(동 97.7% 감소), 총액 3억 1803만 달러(동 94.1% 감소)였다. (모두 중국 세관총서 발표 통계에 따름).

16년을 기준으로 보면 20-21년, 2년 동안에 50억 달러 이상의 무역 수입을 잃은 셈이 된다.

그뿐이 아니다. 코로나 전인 19년에 추정 1.7억 달러 정도였던 관광 수입은 0이 됐다. 중국, 러시아에 노동자를 파견해 얻고 있던 수입도, 확실한 통계는 없지만 코로나의 영향으로 상당히 줄었을 것이다.

당연히 국가 재정은 악화했다. 지난해 김정은 정권은 결국 지폐 발행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인쇄용 특수 종이와 잉크를 중국에서 수입할 수 없게 돼서다. 국영기업과 은행이 자금 부족에 빠졌고, 정권은 궁여지책으로 8~9월 국산 종이와 잉크로 찍은 조악한 '돈표'라는 임시 금권을 발행했다.

<북한내부> 재정위기에 지폐 인쇄 중단... 임시 금권 '돈표' 발행으로 대체 시도도 불신 확산

새롭게 발행된 임시 금권 '돈표'. 사진을 입수한 탈북자로부터 제공받았다. (아시아프레스)

현재, 많은 국영 공장의 가동이 정체돼 주민에게 전기와 물의 공급조차 멈춘 상태다. 그런데도 김정은 정권은 미사일 발사 실험에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이 매서운 추위에 사람들을 분뇨 모으기에 몰아넣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