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프레스가 입수한 '절대비밀' 지정 내부 문서. 청년조직 내의 잔인한 범죄에 대해, 당국 내에 주지시키기 위한 것일까.

북한의 대표적인 건설전문조직에서, 상관이 절도를 의심하여 부하를 때려죽이고 은폐하기 위해 시신에 경유를 뿌려 화장해 버린 사건이 발생해 김정은에게까지 보고된 사실이, 아시아프레스가 입수한 <절대비밀>지정 내부문서로 밝혀졌다. (이시마루 지로)

◆ 잔혹한 사건을 당국 내에 주지시키는 것이 목적?

입수한 문서는 《절대비밀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은동지의 2022년 12월 3일 비준과업 자기 대원을 구타사망시키고 심장판막으로 거짓보고하여 화장한 자료와 대책보고》라는 제목의 것이다.

발행한 곳은 비밀경찰에 해당하는 국가보위성으로, 사건의 개요와 더불어 대응책이 김정은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지시나 방침에 관한 기술은 전혀 없으므로, 당국 내부에서 주지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생각된다.

문서에는 사건 발생 시기가 적혀 있지 않지만, 김정은의 비준(승인)이 있었던 것이 12월 3일이었던 점으로 볼 때 지난해 후반일 것이다.

◆ 휴대전화 훔쳤다고 의심해 때려죽이고 화장

잔혹한 갑질 살인사건이 일어난 곳은 평양 남서부에 위치한 황해북도 사리원시다. 무대는 '돌격대'로 불리는 건설·토목 전문조직 중 하나인 '216사단'이었다.

'돌격대'는 군대식으로 운영되는데, 그 중대장이 자는 동안 휴대전화가 없어졌다며 부하 대원을 구타해 살해해 버린 것이다. 게다가 이 중대장은 사건 발각이 두려워 자다가 심장질환으로 사망했다고 상부에 보고하고 경유를 뿌려 화장해 버렸다.

노동신문에 게재된 '216사단' 활동 모습. 2021년 11월.

◆ '돌격대', '216사단'이란?

'돌격대'는, 겉으로는 지원제이지만 직장과 조직, 학교마다 보내는 인원의 할당이 있어 참가는 반강제이며 거의 무상이다. 기간은 통상 3~5년 정도이라고 한다. 전국 방방곡곡의 국가 프로젝트 토목 건설 공사에 종사한다.

그중에서도 노동당 산하 청년단체인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에 소속된 '청년동맹돌격대'는 총인원이 100만 명이 넘는 거대조직이며, '216사단'도 청년동맹 소속이다.

한국 미디어에 따르면 '216사단'의 이름이 처음으로 국영 미디어에 등장한 것은 2016년 11월. '216사단'은 '청년동맹돌격대' 중에서도 특별히 규모가 크며, 각지의 철도와 발전소 공사, 삼지연 관광도시 건설, 수해 복구 작업에 동원되고 있다. 그 이름은 김정일의 생일인 2월 16일에서 유래했다.

◆ 비밀문서의 내용은...

이하는, 사건에 관한 발췌 부분이다. ( ) 안은 필자에 의한 보주이다.

「…216사단 철길건설려단 황해북도련대 사리원시대대 3중대 중대장이 손전화기(휴대전화)를 찾는다고 하면서 대원을 구타하여 사망시키고 후과가 두려워 심장판막으로 사망한 것으로 거짓보고 한 다음 시체를 화장한 자료가 제기되였습니다. 료해(조사)한데 의하면 중대장이 침실에서 잠을 자다가 손전화기를 분실하자 자기대원에게 혐의가 간다고 하여 중대가설막에서 손전화기를 내놓으라고 여러차례에 걸쳐 구타하여 사망 하게 되자 후과가 두려워 대대 지휘부에 그가 잠을 자다가 심장판막으로 사망하였다고 거짓보고를 한 다음 련대 자재과에서 디젤유 30kg을 타가지고 화장터에 가서 시체를 화장 하였습니다.」

이 문서의 발행처가 왜 비밀경찰인 국가보위성인지는 알 수 없지만, 김정은의 승인을 받아 이 안건자료를 사회안전부(경찰)에 보낸다고 적혀 있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