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마약이 너무나 많이 유통돼 이제 걷잡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저는 남편의 마약중독으로 더 이상 생활을 할 수가 없게 돼서 아이와 함께 조선에서 도망쳐 왔습니다" 2011년 여름, 40대 탈북여성 민화순(가명) 씨는 조중국경지역에서 본지 편집부 멤버에게 이렇게 말했다. 민 씨는 함경북도 회령시 근교에 사는 농민이다. 밭일과 함께 작은 장사를 하며 생계를 꾸려왔지만, 남편이 마약에 빠져 생활이 어렵게 되자 북한에서의 생활을 포기하고 두만강을 건너 중국에 온 것이다.

압록강 상류의 중국측 국경도시 장백현
압록강 상류의 중국측 국경도시 장백현. ‘밀수, 독품(마약) 장사 활동을 호되게 타격해야 한다’라고 적혀 있다. 장백현 건너편은 양강도 혜산시로, 밀수가 가장 빈번한 지역 중 하나다. (1999년 중국 길림성. 이시마루 지로 촬영)

북한에서 마약과 약물의 밀매가 횡행하고, 중독자 역시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은 꽤 예전부터 전해져 왔다. 하지만 굶주림과 박해를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약중독 때문에 위험한 탈북을 감행한다는 것은 지금껏 들어본 적이 없다. 마약과 약물에 의한 오염은 대체 어느 정도 심각한 것일까?

간부에서 서민까지
"국가가 외국에 팔기 위해 만든 마약을, 지금은 국민이 들이마시고 있습니다. 우리 농민은 거의 하지 않지만, 회령 시내에서는 절반 가까운 사람들이 마약을 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마약 때문에 가정이 파탄나거나 돈이 궁해져 집을 팔고 꼬제비로 전락한 사람도 있습니다" 민 씨는 마약유행의 심각성을 이렇게 전했다.

10만이 넘는 회령시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마약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은 믿기 어렵지만, 그만큼 마약이 만연하고 있다는 것으로 생각된다.

마약이라고 한마디로 표현하지만, 북한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은 크게 '아편'과 '각성제'로 나눌 수 있다. 아편은 양귀비의 꽃에서 액을 추출해 만든다.

한편 각성제는 메탄페타민이라는 화학합성물이다. 일본에서는 2차 세계대전 후, '필로폰'이라는 이름으로 크게 유행한 바 있다.

알갱이의 형태가 얼음을 닮았기 때문일까, 북한에서는 은어로 '얼음' 또는 중국어의 은어인 '빙두(氷毒)'라고 부른다. 민 씨가 마약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은 이 '얼음'이다.

현재 북한 국내에서 마약으로 불리는 대부분은 각성제인 것이다. 북한 내에서 각성제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편집부의 중국인 멤버가 2004년 8월에 함경북도 무산군을 방문했을 때, 다음과 같은 경험을 한 바 있다.

"친척 집을 포함해서 몇 군데에서 잠을 잤는데 어느 집에도 마약을 하는 사람이 있어 놀랬다. 평양에서 왔다는 무역회사에 다니는 젊은 부부는 내 눈앞에서 직접 하얀 하루를 불에 쬐어 연기를 들이마시기도 했다. 물어보니까 '얼음'이더라고.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고 말하면서 편안한 표정으로 크게 기지개를 피더라'

또한 2006년 여름에는 본지의 이시마루 지로가 '얼음' 때문에 국경지대에서 활동하던 파트너과의 이별을 경험했다. "북한 국내에서 연락책을 하고 있던 '철이'라는 젊은 남자가, 몰라볼 만큼 야윈 모습으로 중국에 왔다. 눈도 풀려 있었기 때문에 문득 불안한 생각이 들어 '너, 얼음 하고 있는 거 아냐?'라고 물으니 '조금 했지만, 얼음은 중독성이 없어서 괜찮아요. 피로도 싹 가시고'라고 대답했다.

각성제가 얼마나 몸에 나쁜지, 중독성이 얼마나 강한지 설명 했지만 실실 웃기만 했다. 중국의 공안(경찰)은 마약에는 용서 없으니까 그만하라고 말하니, '알았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조중국경에서 각성제 거래에 관련돼 있으면 공안에 잘못된 오해를 사게 되어 멤버 전원이 위험에 처해진다. 유감이지만 그 날을 마지막으로 철이와는 연락을 끊기로 했다"고 이시마루는 회상했다.

각성제의 만연은 국경지역 뿐만이 아니다. 평양에서 취재를 계속하는 구광호 기자는, 2011년 가을 평양에서의 유행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얼음은 확실히 퍼지고 있습니다. 특히 2009년 경부터, 지금껏 숨어서 해 오던 사람들이 당당히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생각입니다만, 평양에서는 10% 정도의 사람들이 얼음을 사용한 경험이 있지 않을까요. (얼음을)하고 있는 것은 돈이 있는 상인이나, 지위가 높은 간부들입니다.

최근에는 집에 친한 손님이 오면 술과 함께 얼음을 내기도 합니다. 손님대접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구광호 기자는 실제로 각성제를 권유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아는 사람의 집을 방문했는데, 얼음을 꺼내 오더니 '피로가 없어지니 피어보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거절하니 그 지인은 혼자서 들이마시기 시작했습니다"

각성제는 왜, 그리고 어떻게 북한에서 이 정도까지 퍼진 것일까?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 얼음의 전신인 아편의 생산과 밀수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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