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는 철저하게 선발

한국 언론은 고위 간부와 평양시민 1,500명이 공연을 관람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일반 평양시민일까, 아니면 공연을 보기 위해 스스로 모여든 군중일까? 둘 다 아니다.

'1호 행사' 참가자는 사전에 철저히 선발하기 때문에 관람한 시민들도 당국의 선택으로 집결된 조직 군중이다.

큰 집회 행사가 아니고 1,500명 정도의 관객이 참석했다고 하니 아마도 북한 문화예술 관계자, 시 안의 일부 간부 등 극히 선택, 제한된 간부층만이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1호 행사'가 아니라도 한국에서 온 예술인들의 공연을 자유롭게 관람한다는 것은 북한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3일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진행된 남북 합동 공연에도 1만 2천여 석의 공연장이 관객들로 가득 찼다고 보도됐지만, 관객의 굳은 표정과 일사불란한 반응 등을 볼 때 이 공연 역시 당국이 조직한 군중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내가 평양에서 살았던 2002년, 윤도현 밴드 등이 평양에 왔을 때 지인이 보위부의 안면을 내세워 몰래 이 공연을 관람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후에 국가보위부에서 허가 받지 않고 몰래 공연을 관람한 것이 발각돼 크게 문제됐지만, 간부인 지인의 부친이 힘을 써서 겨우 무마된 사례도 있었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상품을 통해 외부 문화가 대량 유입되고 있다. 미키 마우스T셔츠나 가방도 쉽게 눈에 띈다. 2013년 8월 북한 북부의 북중 국경도시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한국 문화는 독재 유지에 유해물

이 윤도현 밴드의 공연에 평양 젊은층의 반응은 대단했다. 윤도현이 부른 <너를 보내고>라는 노래는 당시 평양 젊은이들 사이에서 널리 유행되기까지 했다. 물론 공개 장소가 아닌 지인들이 모인 장소에서 많이 불려졌다.

당국은 왜 한국의 예술공연을 자유롭게 보여주지 않을까? 집권자의 숭배 사상으로 일색화된 북한 예술과 한국의 문화는 판이하다. 한국의 문화나 정보를 접한 민중의 의식 변화를 당국이 극도로 꺼리기 때문이다.

김정은 정권이 한국 예술단의 공연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알 수 있는 기사가 있다. 공연이 예정된 1일, 노동신문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설, 영화, 음악, 무용, 미술 등은 모두 썩어빠진 부르죠아 생활양식을 유포시켜 사람들을 부화타락하게 만들고 그들의 계급 의식을 마비시키는 해독적인 작용을 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게재됐다.

북한 주민의 사상 동요나 한국에 대한 동경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 예술단의 공연이 이토록 큰 파급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4월 27일에 김정은-문재인 정상회담이 진행될 전망이다. 한동안 북한에서도 '민족의 평화, 협력'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다. 그러면 한국에 대한 경계가 풀리고 세련된 선진적인 한국 문화에 대한 동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정은 정권은 이것을 예측해 한국 정보의 유입과 확산을 막으려고 '예방 조치'를 동시에 취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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