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사진) 돼지고기, 야채, 냉면에 백반... 시장 바깥의 노천식당에 꽤 화려한 반찬이 진열돼 있다. 2005년 6월 평안남도에서 촬영 리준 (아시아프레스)

◆ 김정은 통치자금도 타격

북한에서 가장 위세 좋은 사람은 누구일까? 간부를 제외하면 무역 회사의 사원이라는 것이 주민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2년 전까지의 이야기다. (강지원)

경제 제재로 인해 북한의 2018년 대중국 무역은 전년 대비 절반 이하로 축소, 특히 수출은 88%나 감소했다. 올해 들어 결정타를 날리는 것처럼 중국 당국이 통관 검사를 엄격하게 한 결과, 1~3월 대중국 수출은 지난해보다 20%나 더 줄었다.

게다가 중국 당국은 국경 밀수 단속도 강화했다. 무역 회사는 속수무책이다. 인민무력성 산하 '강성무역회사', 김정은 통치자금을 만드는 노동당 '39호실' 산하 '모란회사'까지 지방 지사를 폐쇄하고 인원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었다.

무역 회사는 '과제'라고 불리는 국가 상납금의 노르마(할당량)가 있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본격화한 2018년, 중국에 주재하는 무역 회사 간부들은 평양이 요구하는 상납금 노르마의 압박에 시달렸다. 해외 주재 상사원 중에서는 처벌이 두려워 도망가는 사람까지 있었다.

2월 북미정상회담의 결렬로 제재 해제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되자, 북한 당국은 결국 무역 기관의 '과제'를 잇따라 줄이는 모양새다. 무역 회사 사정에 밝은 양강도 혜산시 취재협력자는 5월 중순 내부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혜산 지역에서 활동하는 무역 회사 전부 지난해 이익이 계획액을 30% 정도 밑돌았는데, 올해는 거기서 또 절반이 됐다. 정부로서도 이제 책임 추궁이나 '간부 사업'이라고 불리는 비판과 좌천, 해직 등의 처벌도 못하게 돼 버렸다. 혜산시에 거점을 둔 대기업 '백두밀영회사'는 국가가 인정하는 대중국 밀수를 맡아 제재 아래에서도 작년 7만 달러를 국가에 상납했지만, 올해는 5만 달러도 어려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