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리적인 진찰과 부족한 의료 물자

의료 현장의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북부 양강도, 함경북도 등의 취재협력자에게 병원이나 진료소에 실제로 가서 조사해달라고 했다. 그 결과, 의외로 합리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감기 같은 증상이 있는 사람은 병원에 오지 않도록 하고, 우선 전화로 '원격 진료'부터 시작한다. 환자를 진찰할 때는 2m 이상 거리를 둔다. 감염이 의심되면 방역소에 연락해 거주지나 근무지 및 행동을 기록한 등록 카드를 작성해 추적한다. 무역회사에 근무하거나 중국 국경인 압록강 근처에 살면 감염 가능성이 높은 요시찰 대상으로 지정한다. 시병원을 대책 거점으로 삼고 매일 정보를 집중시킨다, 등이다.

의료 관계자의 감염을 방지하고, 유증상자의 동선을 파악하려는 합리적인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체제가 정비된 것은 2월 후반 들어서인 듯하다.

한편 협력자의 조사에 따르면, 적어도 4월 초순까지 방문한 어떤 의료시설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 검사는 하지 않았다. '감염자・사망자 발생' 소문은 널리 퍼졌지만 확실한 정보는 얻을 수 없었다. 중앙 정부의 함구령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애초부터 감염 여부를 검사할 키트와 장비가 턱없이 부족해서(혹은 지방 도시에는 전혀 없어서), 의료・방역 당국도 판정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

중국 외교부는 4월 27일 회견에서 "북한에 신종 코로나 감염 검사 키트를 보냈다"고 밝혔다. 또한 시진핑 국가주석은 5월 9일 김정은에게 보낸 서한에서, 북한 측의 필요에 따라 힘이 닿는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책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참고사진) 압록강 변에서 목욕, 빨래하는 젊은 병사들. 갈비뼈가 드러나 보인다. 이러한 외출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경계해 금지됐다. 사진은 2017년 7월 평안북도 삭주군을 중국 측에서 촬영. 이시마루 지로.

◆ 대중국 무역 90% 감소, 경제에 큰 타격

신속하고 강력한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책은, 심각한 경제적 타격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국경을 봉쇄했기 때문에 중국 상품이 들어오지 않아 물가가 상승했고 이동이 통제돼 유통도 막혔으며, 시장은 불경기에 빠졌다. 하역 등 일당을 버는 일도 없어져서 많은 사람이 현금 수입을 잃었다.

중국산 식품, 일반 의약품, 의류품은 4월 들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하루 두 끼 이하로 사는 사람이 급증했다", "코로나에 걸려 죽는 것보다 굶어 죽는 편이 빠르다고 사람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라는 보고가 협력자에게서 속속 들어온다.

4월 23일 중국 세관 당국의 3월 무역 속보치가 나왔다. 북한의 대중국 수출은 불과 61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2% 감소했다. 수입은 1803만 달러로 90.8% 줄었다. 그렇지 않아도 2017년에 부과된 UN 안보리 경제 제재 때문에, 지난해 무역액은 2016년에 비해 거의 반으로 준 상태였다. 그 90% 이상이 감소한 것이다. 또한 대중국 수입에는 방역 관련 지원품이 포함됐을 테니 3월 '경제활동으로서의 무역'은 단절에 가까운 상황이었던 것은 아닐까.

덧붙여, 국가 주도로 이뤄진 해상의 환적과 압록강 상류의 육로 밀수도 거의 멈추었다. 북한에서 온 어패류를 랴오닝성에서 환적하는 대형밀수선의 통역사로 일한 중국 조선족 지인은, 북한 측의 조치 때문에 환적도 완전히 멈춘 상태라고 한탄했다.

지인인 지린성의 무역 중개업자에 따르면, 중국 측이 북한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경계하기 때문에 무역의 재개는 5월 말 이후가 될 거라고 세관 당국이 설명했다고 한다. 인민 생활의 어려움은 심각해질 것이고 당과 군대, 경찰 등의 권력기관의 운영자금 및 김정은의 통치자금 감소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