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먹이를 데리고 길거리에서 장사하는 여성. 2007년 7월 사리원시에서 아시아프레스 촬영

북한 주민의 처지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2020년 1월 말 국경을 봉쇄해 물건과 사람의 왕래가 거의 차단됐고, 엄격한 이동 통제와 '의심스러우면 격리'라는 강압적인 방역 대책을 취했다. 국내에서 코로나의 감염확산은 막을 수 있었지만, 물자 부족과 경제 활동의 침체로 생활 악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중국으로부터 약품 수입이 끊겨서 치료하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람이 각지에서 속출, 현금 수입을 잃어버린 취약층에서는 아사하는 사람도 나오고 있다.

경제 불황의 여파는 여성으로 향했다. "현금 수입을 찾아서 각성제를 팔거나 매춘을 하는 여성이 많다"라고, 필자의 북한 각지 취재파트너들이 전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불법 임신중절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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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5월 중순, 북한 국내에 사는 여러 취재협력자에게 불법 임신중절 실태 조사를 의뢰했다. 다음은 조사한 A 씨와의 일문일답이다. A 씨는 북부지역에 사는 30대 기혼 여성으로서, 공설시장에서 장사하며 생계를 꾸려나간다. 그녀와의 연락은, 미리 반입한 중국 휴대전화를 사용했다.

◆ 생활고로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됐다

A : 모든 주민은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습니다. 1년 이상 코로나 통제가 이어져서 사람들은 결혼할 형편이 못 되고, 아이를 낳는 가정도 정말로 줄었다고 느낍니다. 코로나가 수습되고 생활이 원래대로 돌아가고 나서 하자는 생각입니다. 코로나 이전에도 둘째는 낳지 않겠다는 부부가 대부분이었고, 아이는 필요 없다는 젊은 부부도 많습니다.

―― 중절 수술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A : 피임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에 피임기구가 제대로 없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병원에서 여성에게 피임 수술을 했지만,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국경이 봉쇄되어 피임기구도 약도 중국에서 들어오지 않습니다.

――콘돔은 사용하지 않습니까? 왜 피임을 소홀히 합니까?
A : 조선에서는 피임은 전적으로 여자가 하는 것입니다. '고리(여성용 피임 루프)'를 넣는 수술을 합니다. 대부분의 남자는 콘돔 같은 건 본 적도 없을 겁니다. 남자들은 술을 마시면 아무 생각 없이 (섹스를)하려고 하니까 여자만 고생하는 겁니다.

◆ 미혼 커플의 '사고'가 늘고 있습니다

――중절 수술은 병원에서 해주지 않나요?
A : 해주긴 합니다. 하지만 어디라도 약이 부족하고, 오래 기다려야 합니다. 병원에서도 의사에게 돈을 주지 않으면 안 해줍니다. 제 지인은 둘째 임신이었는데, 코로나로 생활이 어려워서 지우고 싶다고 병원을 찾았습니다. 의사에게 중국돈 20~30원의 돈을 주지 않으면 안 해줍니다. 공짜로는 해주지 않아요.
※ 1중국원은 약 175원
※ 원래 북한의 의료제도는 완전히 무료였지만 90년대에 파탄에 이르러, 현금을 내지 않으면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됐다.

――불법 중절 수술이 늘어난 이유는?
A : 불법인 개인 쪽이 더 잘해주는 곳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미혼) 젊은 여자의 임신이 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젊은 애들이 '사고'를 치고 임신하는 일이 많은데, 소문이 나거나 몸이 나빠지거나 하지 않도록 부모가 함께 가서 개인 집에서 쏘파(낙태)를 불법으로 합니다.
※ 북한에서는 미혼 여성의 임신을 불량, 불순하다고 여기는 풍조가 강하다. 병원에서는 미혼 여성의 피임 수술은 받지 않으며, 부모도 부탁할 수 없다.